동생의 선물 보따리
한동안 뜸하던 추위가 다시 찾아왔다. 1월엔 따뜻할 거라던 일기예보가 무색할 만큼 바람이 매섭다. 그러나 밝은 햇살과 새하얀 눈이 있어 집 안에서는 그새 따뜻한 봄을 상상하고 있다. 동생이 봄에 다시 올 거라고 해서다.
동생은 치과 치료가 목적이라며 설 전에 출국한다고 했다. 그러니 함께 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치과를 간다며 서울과 강원도를 들락날락, 나도 덩달아 정신이 없다. 살림을 놓은 엄마네 집에 변변한 식재료가 없으니 식사 당번은 내 차지. 식사 준비하랴, 수다 떨랴, 하루가 이렇게 빨리 갈 수가 없다.
한 때, 난 홈쇼핑을 즐겼었다. 클릭만 하면 주문하고, 송금만 하면 문 앞까지 배송을 해주니 그 간편함을 즐겼었다. 그러나 옷은 생각과 다른 재질감과 색상이 문제, 식품은 신선도와 크기가 생각과 달라 실망을 했다. 게다가 의류 등은 대부분 중국산이어서 저렴한데, 현지에서 구매한 것보다 2배에서 3배 더 비싼 가격으로 판매해서 본전 생각이 났다.
난 '중국산은 질이 나쁘다'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2년 전, 주하이에 다녀오고 나서 그 편견이 싸악 사라졌다. 중국에서도 값을 주고 사는 물건은 질이 좋다란 걸 경험했으니, 오히려 홈쇼핑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다는 편견이 생겼다. 동생 역시, 나와 같은 생각. 그래서였을까? 동생은 귀국하면서 내 선물이라며 쇼핑 백 한 보따리를 챙겨 왔다. 캐시미어 스웨터와 목도리를 사 왔는데, 내 며느리와 아들 것까지 챙겨 왔다. 가볍고 따뜻하고 보들보들한 촉감으로 보아 최상의 품질임을 직감했다. 중국산이라도 고품질은 가격이 제법 센 편이다.

"언니, 이거 한 번 써봐. 가성비 있어." 라며 벽에다 설치해준 것은 밑으로 빼 쓰는 일회용 티슈. 부엌에서 사용하기에 편하고, 무엇보다 밑으로 쑥쑥 빼 쓰는 재미가 있다.

남편이 좋아하는 술 '빠이주'는 우리 소주처럼 대중적이라고 한다. 앙증맞은 크기라서 외양은 귀여우나 작다고 얕보다간 큰 코를 다친다. 우리 소주보다 배는 더 센 놈. 33도다. 독특한 향과 뒷끝이 깔끔하다고 남편이 좋아한다.

"언니, 이것도 기발한 제품이야." 팔에 끼워 보여주는데, 푸하하 웃음이 터졌다. 세수할 때 물이 흘러 소매 끝이 젖곤 하는데, 그걸 방지하는 물건이라나? 암튼 장난감 같아서 망설이다가 한 번 사용해보니 제법 그럴듯 하다.
선물은 사용할 때마다 준 사람이 생각나는 매직이 있다. 많이 사용하고 잘 써야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