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손뜨개

일기(1. 11)

요술공주 셀리 2025. 1. 11. 14:03

일찍 일어나던 새가 겨울이 되더니 늦잠꾸러기가 됐다. 춥다는 핑겟거리가 있어 다행이다. 연일 한파주의보다. 늘어지게 잔 아침은 늘 바쁘다. 오전에 한 일은 성당 카페에 글 하나 올린 게 다. 오늘 하루도 또 짧겠구나 한다.

동생부부와 함께 하는 시간도 바쁜데 괜히 뜨개를 시작했나 보다. 리모델링하면서 생긴 '덜어내기' 때문에 발견한 케케묵은 실뭉치. 이사 때마다 버리지 못하고 끌고 다닌 털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그래, 또 비우자. 세월만큼 털실 덩어리도 비워버리자 하며 뜨개바늘을 잡았다.



죄다 꺼내어 색상별로, 굵기별로 분류하니 잘하면 작품 하나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이 미치면 실행은 직진이다. 그래서 바빠진 시간들. 동생네 챙기랴, 뜨개질하랴, 하루가 화살처럼 빨리 간다.





동생과의 식사, 동생과의 티 타임, 동생과의 왕수다에도 가능한 뜨개질이다. 그러니 이만한 생산적인 일도 없다. 이틀 만에 몸판을 다 짰으니, 무리를 했다. 처음 시도한 통째로 짜기. 앞판 2장, 뒤판 1장 짜던 것을 143코를 목도리처럼 한 번에 떴다. 늘리기, 줄이기 없이 한 판에 모두 짜버렸더니 신경 쓸 일 없이 마음이 편했다.




이제 팔뚝 2장만 붙이면 완성이다. 어제에 이어 팔뚝 하나를 금세 또 시작했다.



달력을 보니 구정이 코 앞이다. 만두도 만들고, 게장도 한 번 더 만들어야 하는데 스웨터를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 먼저 해야지, 뭐. 명절 준비는 스웨터부터 빨리 완성하고 시작하면 되지 뭐. 핑겟거리인지 명분인지를 억지로 만들어 팔뚝을 짜나간다.

근데, 스웨터는 털실을 없애, 짐을 비운다고 시작한 일 아니었나? 털실이 형태만 스웨터로 바뀌었는데 뭘 비운 거지? 물이 얼음이 되거나, 얼음이 물이 되거나, 그 밥이 그 밥이거늘...... 질량 불변의 법칙???
암튼 허당인 날 또 발견한다. 이걸 진짜로 비우려면, 이 스웨터도 또 선물을 해야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