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1. 14)
밤새 몰래 온 눈이 땅을 살짝 덮었다. 흰 눈과 함께 "엄마가 센터 가실 준비 하시고 앉아 계셔." 라는 동생이 전한 반가운 소식. 어젠 엄마가 저혈압과 급체로 또 한 차례 위급상황이었었다. 약 드시고 기운을 차리신 것 같다. 여전히 기운은 없어 보이나, 센터를 가신다니 반가운 징조다.
센터차량은 오늘도 눈 탓을 하며 또 결행이다. 이도 모른 채 정류장까지 걸어 가시는 부모님을 위해 쌓인 눈을 치웠다. 써래로 눈을 치우는데 왜 허리가 아파오는 걸까? 도로와 맞닿은 둔덕 끄트머리까지 왔을 때, 아야, 소리가 날만큼 허리가 아파서 눈 치우기 중단. 그 때부터 직립 불가, 그러나 구부정한 허리로 점심을 준비했다. 동생 부부가 좋아하는 닭도리탕과 멸치볶음, 오이지 무침을 하는데 뻣뻣한 허리가 영 불편하다. 점심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허리를 펴기 위해 소파에 그냥 드러누웠다.
오늘 할 일은 내 스웨터를 완성하고, 만두를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동생은 감기가 왔는지 기침을 하고 난 허리가 불편하니, 할 일은 내일로 미룬다. 뜨겁게 핫 팩을 허리에 두르고 한참을 누워있었다. 효과가 있는지 이제 직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직립은 잠시 뿐. 제대로 걷기가 힘들고 영 불편하다.
오늘은 성당 반모임이 있는 날이다. 자세를 추스려 젬마형님 댁으로 갔다. 헤레나 언니의 팔을 잡고 걷는데, 한 걸음 뗄 때마다 아얏 소리가 절로 나지만, 걸을수록 허리가 펴지는 것 같다. 서 있기 보다 앉아 있기, 앉기 보다 누워 있기, 그 보다 걷기가 허리에 좋다더니 걷기가 효과가 있나보다. 반 모임엔 출석만 하고 집으로 돌아와 무조건 누워 있기부터 한다. 핫팩을 깔고 누워 있자니 바늘도 잡고 싶고, 만두도 만들고 싶어진다.
참, 바보 같으니라고......
내 스웨터를 시작으로 며느리 스웨터와 목도리 세 개를 쪼그리고 앉아 한달 내 뜨개를 했으니 운동 부족, 자세 불량. 허리에 무리가 간 건 당연한 일이다. 급하고 직진하는 성격 탓에 몸이 고생을 한다. 마음이 앞서다가 제 몸이 고생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앞서간 마음에게 기다리라 해놓고 천천히 내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바로 기다림의 시간. 급하게 앞지른 몸과 마음이 천천히 따라오는 영혼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