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다 눈 때문이다

요술공주 셀리 2025. 1. 31. 09:40

하루하루가 휴일인데도, 마무리되어 가는 설 연휴가 왜 이리 아쉬운지 모르겠다. 북적북적 아들네가 다녀가고 복닥복닥 폭설이 쌓여 눈을 치우느라, 가족들 챙기느라, 설날이 복잡하기만 했다. 그런데 또 눈이라니......
눈 치우느라 허리가 삐끗해서 일주일 넘게 불편했고, 빙판에 부모님 넘어질까 연휴 내내 쌓인 눈을 치웠다. 눈 때문에 손주도 급히 올라갔으니, 설경이 아무리 아름다운 들 이제 저 눈이 지겨울 지경이다. 보일 듯 말 듯 밀가루처럼 오는 눈인데도 한나절 내리더니 어제 치운 돌계단을 또 하얗게 덮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파 산책을 하려다 이도 포기했다. 동네길은 빙판이요, 강가는 쌓인 눈으로 발이 푹푹 빠지니, 다 눈 때문이다. 눈, 너 때문에 우린 방구석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연휴 내내 삼시세끼, 먹고 마시는 일의 반복이다. 쌓인 눈만큼 음식 쓰레기도 쌓였다. 냄비 한가득 모인 음쓰를 버리고 부모님 집에 들러 안방문과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들인다. 그런데 이때 발견한 엄마의 작품. 동생이 엄마를 위해 사 온 방석이 눈에 띄었다. 심심함을 못 참는 엄마의 소일거리로는 '방석에 수를 놓는 일'이 최고지. "난 뜨개는 좋은데 수는 싫어" 하시던 엄마가 스웨터에 이어 방석에 수를 놓기 시작하셨네. 역시 우리 엄마, 구순 할머니의 솜씨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섬세하고 곱다.



모전여전, 엄마를 닮아 심심함을 못 참는 나. 연휴 내내 뜨개의 연속이다. 레트로 느낌 물씬한 조끼는 너무 커서 죄 뜯어 다시 짰다. 간단하리라 생각했던 조끼는 목선이 생각대로 되지 않아 또다시 풀었고 완성까지 꽤 오래 걸렸다.



반면, 노란색 실이 남아 짠 작품은 귀여운 세 자매로 태어났다. 노란색과 흰색실의 조화로 태어난 세 자매. 흰색은 데레사에게, 흰 실과 노란색을 교대로 짠 목도리는 스테파니아에게 선물할까 한다. 누구에게도 미리 말하지 않고 만들었으니, 받는 사람의 반응이 궁금하다. 성당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두 사람이 그 큰 성당에서 일할 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초겨울과 봄에 두르면 목이 따뜻할 리본 목도리. 나머지 하나는 성당 척사대회 상품으로 기증할 예정이다.

여전히 내리는 눈 때문에 산책도 마실도 다 글렀다. 눈 때문에 또 방콕이다. 그림을 그릴까? 아니면 대청소를 할까 하다가 에라, 오늘도 난 바늘을 잡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