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수놓기
설 덕분에 열흘 동안의 긴 휴가를 바쁘게 보냈다. 남편은 휴가, 난 가족들 챙기느라 주방에서 바빴다. 남편이 출근한 월요일부터 나의 휴가? 가 다시 돌아왔다.
내 집과 부모님 집 청소를 하고 루틴처럼 집안일을 하고 나니, 산골짜기에 돌아온 적막함. 이게 반갑기도, 낯설기도 하다.
화분에 물을 주다 눈이 머문 곳은 부엌에 낸 인테리어 창. 부엌의 붙박이장 밑바닥을 가릴 용도로 찻잔을 놓아둔 곳인데, 여길 다시 꾸미고픈 생각이 스멀스멀 생겨났다. 레이스를 좀 넓게 떠서 다시 붙일까 하다가 새로운 것, 작은 커튼 '바란스'가 하고 싶어졌다.

"언니, 제가 다 재단해 놨어요." 퀼트의 장인인 옥이가 이 번에도 나서주었다. 부엌에 잘 어울리는 예쁜 샘플까지 빌려줬으니, 난 대바늘 대신 앙증맞은 쇠바늘을 잡았다. 수를 놓는 일이라니, 뜨개만큼 즐겨하는 일은 아니지만 한 번 또 즐겨보자.

폭 150cm, 길이 20cm의 바란스의 기초작업은 끝단 만들기. 코딱지보다 더 작은 바늘귀에 실을 꿰는 것도, 낚싯줄 보다 더 가는 실로 감치기를 하는 것도 어렵고 어색하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더니 좌우의 옆단과 아랫단을 우선 마무리했다.

드디어 도화지 같은 화면이 생겼다. 그림을 그릴까? 수를 놓을까? 망설여진다. 집안에 그림은 많으니 수를 놓고 싶은데 자신이 없고......
그래서 밑그림은 염색물감으로 그리고, 그 위에 수를 놓기로 한다.
옥이가 준 샘플이 너무 마음에 든다. 강아지가 컵을 나르고 식탁에 앉아 턱 괴고 책을 읽는 주부의 모습이 꽤 매력적이다. 그런데 수가 너무 많다. 그래서 선택한 주제는 역시 꽃.

그런데 수놓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숭덩숭덩, 대강대강 하는 바느질인데도 꽃 두 송이를 완성하는데 두 시간이라니......
우와, 성질 급한 난 오금이 저리고 허리가 휜다.
"아고, 힘들어 이를 어쩔까?" 시작을 했으니 멈출 수도 없고......
과연, 완성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