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공주 셀리 2025. 2. 19. 11:01

여긴 강원도, 외딴섬이다. 눈 감고 귀 막으면 딴 세상인 곳, 3년 전 이사 왔을 때가 딱 그랬었다. 그래도 이사왔다고 친척과 오래된 절친들이 자주 찾아왔었다. 거리가 멀어도 마음이 가까운 절친들. 그러나 친구들도 언제부턴가 발길이 뜸해졌다.

그런데, 일 때문에 만난 친구가 40년지기만큼 가까운 사이가 된 경우도 있다. 비비안나 언니가 그렇다. 서로 소통한 지는 4~5년 정도. 그러나 신앙 안에서 의지하고, 가르침을 받으니 소중하고 귀한 인연이 되었다. 오래된 절친 보다 속에 이야기를 하고, 기도해 달라는 이야기를 서슴지 않는다.

"반죽을 부풀게하는 누룩처럼, 우리 신심을 방해하는 삶의 부정적인 요소들이 우리 안에 부풀지 않도록....
주님의 빛이 햇볕처럼 스며들게 하여 무의식 중에라도 선하고 착한 생각을 많이 하도록 애쓰는 오늘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비비안나 언니가 보낸 격려의 문자다. 며칠 전 작은 아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전화를 했더니 보낸 문자다.
"언니, 저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평일미사 드리려고요." 전화 통화중에 언니와 약속을 했는데 오늘, 그 약속을 지켰다. 누구를 위해 했던 약속은 아니다. 평일미사로 인해 믿음이 더해진다면 좋겠다는 소망이 생겨서랄까?
헤레나 언니가 차를 내주어 함께 다녀왔다.
"글쎄, 부모님 귀가 시간에 집에 있었더니 엄마가 왜 안 오느냐고 전활 하셨지 뭐예요?" 성당 가는 차안에서 엊그제 있었던 일을 말했더니
"나이 들수록 외로움이 더 큰 거예요. 부모님이 딸에게 의지를 많이 하시네요. 난, 성당을 다니면서 외로움이 해결됐답니다." 라는 답을 해줬다. 아, 그래서 언니가 늘 힘 있어 보였나 보다.

강원도로 이사 온 초기엔 많이 힘들었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그랬고 특히 사람과 소통할 일이 없음이 젤 힘들었는데, 그게 외로움이란 걸 나중에 알았다. 헤레나 언니가 손을 내밀어 성당 반모임과, 이웃과의 소통이 생겨났고 잘 적응하다 보니 이제 좀 살 맛이 나는 것 같다.

성당에 다닌지 3년이 되었다. 2년차가 되었을 작년에, 은퇴한 6학년 중반이 젊은 피라며 기다렸다는 듯이 '봉사'를 맡겼다. 전례와 홍보일인데, 때론 벅차기도 때론 보람도 있다. 생활에 루틴이 생겼고, 은근히 바빠졌다. 외로울 틈? 그건 이미 없어진 지 오래다. 그러니 그걸 좋아라 해야 할지,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주님께서는  참으로 좋으신 분~~~
청하는 그  모든 것을 이루어주시는 분. 참으로 감사합니다~~~" 비비안나 언니가 보낸 문자가 생각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