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손자와 함께

요술공주 셀리 2025. 2. 26. 15:00

헤어짐은 만남의 약속이다. 그런데도 일단 아쉽고 서운타. 6월을 기약하고 F4모임을 마무리했다.
지하철을 타겠다는데 굳이 자동차로 데려다주겠다는 김 부장의 호의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차로 7분, 우린 그만큼 더 함께 있었다.
'띵동~' 낯익은 집 문 앞에서 벨을 눌렀다. 벨소리에 뛰어나온 며느리가 인사와 함께 "쉿, 다민이 자요." 하며 주의를 준다. 낮잠 잘 시간에 병원 정기검진을 다녀왔단다. 성장 곡선 밖에 있던 그래프 안에 겨우 들어왔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손주의 또래보다 늦은 성장이 우릴 긴장하게 한다.

잠에서 덜 깬 손자가 부끄러워한다. 내게 관심은 있어 곁눈질로 나를 쳐다보지만 곁을 내주지 않는 손자가 그저 귀엽다. 병원과 낮잠으로 때를 놓친 탓일까? 밥 한 그릇을 다 먹었다. 처음 있는 일이란다.
아기 전용식탁에서 가지고 놀던 공룡이 떨어지자 "갑자기", "깜짝이야", "정말, 진짜"라고 말하는데, 2돌 아기가 사용하기엔 너무 고급진 단어다. "우와, 울 애기 언어 천재구나." 했더니 며느리 왈 "어머니, 3살 까지는 애기들이 다 천재래요." 한다. 그런가???



손주는 목욕할 때도, 침대에서 점프를 할 때도, 자동차를 갖고 놀 때도 잘 웃는다. 밝은 표정의 아기라서 참 보기 좋다. 뭐든 후루룩 바닥에 쏟았다가 다시 담는 걸 반복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손주는 "정리하자"라고 말한다. 아마도 아들 내외가 그렇게 가르쳤나 보다.



손주와 bye bye를 하고 버스 시간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터미널 근처의 다이소에 들렀다. 화분과 화분받침을 사러 갔다가 또 충동구매, 꽃씨를 잔뜩 사 왔다. 그래도 반코트처럼 긴 아버지 패딩을 살 수 있었으니 오늘 쇼핑은 대성공인 셈이다.



강원도에 도착하니 바람이 차다. "모자를 쓰고 가시라"는 며느리의 말 듣기를 잘했다.  
아버지께 패딩 점퍼를 입혀드리니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치겨드신다. "이런 거 필요했다" 며, 내일 센터에 입고 가신다고...... 품이며 길이가 잘 맞으신다. 참 다행이다.

휴, 이제 내 집이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난로에 불을 지핀다. 집안은 그리 춥지 않으나 오늘은 이 집에 나 혼자이니, 온기가 필요하다. 차 한잔을 내려 난로 앞에 앉았다. 난로의 온기를 비집고 어둠 한 자락이 내려온다. 아, 조용한 이 공기. 이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