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 도깨비가 떴다?
"우리, 도깨비 시장에 한 번 갑시다."
지인이 말한 도깨비 시장이 무척 궁금해졌다. '당근'처럼 싸다고 했으니 일단 구미가 당겼다. 인터넷에 '용인 도깨비 시장' 키워드를 입력하니, '용인 만물 도깨비 경매 시장'이라며 장황하게 설명이 많았다.
10시. 지인의 차를 타고 우린 용인으로 출발했다. 처인구에 위치한 목적지는 시내에서 좀 떨어진 외진 곳에 있었다.

월요일 오전인데도 자동차가 빼곡히 주차되어 있어 우리 자동차는 다른 곳에 주차를 하고......
시장 입구의 커다란 창고가 먼저 반겼고 과자와 가마솥, 온갖 잡동사니를 파는 가게가 눈에 띄었다. 눈팅만 하고 기웃거리는 우리에게 여사장님은 "경매장은 가운데로 가세요." 해서 찾아간 곳은 생전 처음 들어가 보는 경매장이었다.

꽤 넓은 장소엔, 꽤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입담 좋은 사회자가 물건을 들고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하고 다채로웠다.
"한 개 몇 만 원 하는 전동칫솔이 3개 칠천 원입니다. 사실 분 손 드세요." 그러나 손 드는 사람이 한 명도 없자 가격이 오천 원으로 down 되었다.
이어서 소개하는 상품은 방향제, 액젓과 곰팡이 제거제, 주방용 가위 등. 대부분의 상품은 오천 원 정도에 판매되었는데, 진행 속도가 빨라 지루하지 않았다. 주방용 가위는 세 개 오천 원이었다. 부분 가발은 처음에 오천 원에 시작했으나 희망자가 없자 결국 삼천 원에 팔렸다. 찹쌀떡도 경매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팔리는 게, 볼수록 신기하고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우린, 잠시 뒤에 경매장을 빠져 나왔다. 재미는 있지만 각자 필요로 하는 아이템이 없어서, 경매장 밖을 둘러보기로 했다.
우린 옷과 신발, 액세서리 상점. 꽃병과 인형, 시계와 온갖 장식품을 파는 가게. 낚시도구와 골프채, 레저용품 파는 곳. 그리고 농기구와 식품류를 파는 곳을 꼼꼼히 둘러보았다. 난 장식품 가게부터 둘러보았다. 대부분 중국 소품 가구와 도자기 등의 생활용품과 장식품이었는데, 대부분 사용한 흔적이 있는 중고용품들이었다.
한 바퀴 둘러보는데 30여분 이면 족할 상점에서, 지인 한 명은 농기구와 청소기를, 다른 한 명은 화원에서 장미꽃 한 그루를 구매했다. 난 쌀국수와 누룽지를 샀다. 인터넷을 검색하며 비교했을 때, 저렴한 건 분명했으나 '품질 보장'은 글쎄다. 써 봐야 알 터.
"배 고프다." 해서 시계를 보니 12시 50분이다. 용인 근처의 맛집을 검색해서 일행이 간 곳은 '백암 순대' 식당. 여러 방송국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집이라서일까? 1시가 넘었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우린, 오소리가 포함된 모둠 순대와 순댓국을 시켰다. 1시가 넘었으니 시장이 반찬이요, 돌덩이도 맛있을 타임. 음식은 한마디로 담백하고 부드러웠다. 그동안 먹던 붉고 진한 피순대가 아닌 백색? 의 순대와 맑은 국물이 이 집의 특징이었다.



등은 따뜻하고, 배가 불렀다. 살얼음 녹은 봄날의 나들이. 좋은 물건을 싸게 샀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으니
"금 나와라 뚝딱, 밥 나와라 뚝딱" 하는 도깨비방망이 덕분이다. 잠시 도깨비 나라에 다녀온 날. '장대 전동 전지가위'는 15만 원. 전동 아닌 것은 5만 원인데 망설이다 그냥 왔으니, 저렴한 걸 놓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장대 전동 전지가위'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도깨비에 홀리면 장사 없다는데,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도깨비 나라에, 농기구 사러 다시 가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