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개미 부부

요술공주 셀리 2025. 3. 15. 09:47

"자기야, 이것 좀 봐."
남편을 불러 수레국화 모판을 보여주니 "대박, 어떻게 이틀 만에 싹이 나온대?" 하고 놀란다. 3월 12일에 수레국화와 오를라야, 에키네시아와 차이브 씨앗을 뿌렸는데, 어제 오후에 수레국화 노란 싹이 뿅하고 올라왔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자기 전에 들여다 보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 들여다봤다. 아무래도 투명한 계란 뚜껑을 잘 덮어주어 그런 것 같다.



개미처럼 부지런한? 수레국화 닮은 주인 양반. 남편은 아침부터 뚝딱 뚝딱, 여기 저기 왔다 갔다 열일 중이다. 어젠 우편함을 만들어 설치하더니 오늘은 또 무얼 만드려고 저리 바쁜지......



남편은 장작을 날라 데크에 쌓고, 창고를 정리하고, 난 잔디가 점령한 별채 앞 화단을 정리했다. 화단 깊이 박힌 잔디 뿌리를 호미로 캐내고, 돌을 다시 쌓았더니 깔끔하고 정갈한 화단이 새로 태어났다.




오전엔 바람이 불어 쌀쌀하더니 오후엔 햇볕도 쨍쨍, 모래알도 반짝인다. 소화도 시킬 겸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막간을 이용해 빨래도 했다.
그러고 나서, 부부가 동반 출현해서 한 일은 아치 만들기다. 리모델링 공사 전에 수세미와 풍선초를 올리던 기존의 아치 두 개를 철거해서 폭 2m, 높이 2.7m인 아치를 안방 창문 앞에 설치했다. 차양이 없는 창문에 인동을 올려 비를 막고 꽃향기도 들이는 일석이조의 장치다. 그동안 만든 아치 중, 제일 크고 높아서 큰 사다리를 놓고 높이 올라가 작업해야 했다. 남편이 드릴로 못을 박고 난 사다리와 구조물을 붙잡아 주고......
언제나 이런 작업은 불안하고 무섭다.
꼼꼼하고 섬세한 남편 덕에 인동 심을 아치가 무사히 완성되었다. 휴~ 바빴던 하루 그러나 보람찬 하루다. 그리고 감사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