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몰아쳐도
3월 중순에 눈이 또 내렸다. 어제 내린 눈은 바람에 흩어져 을씨년스러웠지만 모두 다 녹아 없어졌는데, 밤에 내린 눈이 하얗게 쌓였다. 흠, 3월 중순의 눈이라......
강원도에선 4월에도 눈이 왔으니......
철수하려던 땔감을 다시 쌓아놓았다. 3월 중순에, 나는 난로 앞에서 불을 쬐고 앉아있다.
밖의 기온이 내려가든 말든, 눈보라가 치는지, 바람이 몰아치는지, 집 안은 늘 24~25도를 유지한다. 늘 온실 속의 화초처럼 호사를 누리고 있다. 그러니 저 새싹들은, 우리 집에 오길 참 잘했지.
씨 뿌린 지 이틀 만에 싹 틔운 수레국화. 발아율도 거의 완벽한 수준이다. 한 자리에 두어 개씩을 뿌렸는데 백전백발. 어림 잡아도 150 모종이 넘는다.

잠자는 오를라야 옆의 백일홍. 떡잎부터 수레국화와 모양이 다르다. 수레국화는 뾰족한 반면, 백일홍은 동글동글. 꼭 백일홍 꽃모양을 닮았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차이브와 에키네시아 가운데 난 저 새싹은 대체 누굴까? 왜 한 줄만 나왔을까? 대체 어느 소속일까 생각해 보니, 백일홍이었다. 차이브와 에키네시아 씨앗을 뿌리고 남은 공간이 아까워 백일홍 씨앗을 뿌렸던 것. 으이그, 볼품없는 기억력 하고는......

나올까 말까 망설이는 차이브와 에키네시아, 한련화는 꼭 오늘의 눈과 닮았다. 아침엔 눈이 쌓였다가 햇볕에 다 녹아버리고, 별안간 눈이 펑펑 내리더니 햇볕에 꽁지가 빠지듯 도망가 버린 눈. 겨울인지 봄인지 갈팡 질팡하는 저 눈과 똑 닮았다.
앗, 제비꽃! 잘 있을까? 하고 달려가 보았더니 휴~, 다행이다. 하얀 눈 속에서 건재하게 버티고 있다. 불쌍한 눈 같으니라고, 나쁜 바람 같으니라고, 너희 둘이 아무리 힘을 합쳐도 저 신비한 생명, 새싹만 하겠냐고......
저 느긋하고 청초한 제비꽃만 하겠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