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공주 셀리 2025. 3. 25. 13:43

꽃샘바람도 싫지만, 황사바람은 더더욱 싫다. 오늘은 강원도 산골짜기까지 미세먼지가 가득하다. 바람이 그치면 잠시 햇볕이 머물지만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마른기침을 한다. 햇볕은 일치감치 어디론가 피신을 해버렸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일찍 일어나 화단으로 향했다. 어제 못다 한 경계석 쌓기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키가 큰 꽃범을 화단 뒤쪽으로 옮기는 작업까지 하려니 돌작업과 화단 작업에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완성을 했다는 기쁨으로 힘든 줄 모른다.



오전에 온다던 로터리 차량이 약속 대로 도착했다. 오늘은 트럭에 멀칭 기계만 싣고 와서 검정 비닐을 씌워주었다. 화단 마무리 하는 사이에 완성을 했으니, 다 기계의 힘 덕분이다. 게다가 청년의 손이 야무지니, 멀칭 한 모습이 보기도 좋다. 83년 생인 젊은 이는 귀농을 해서 토마토를 재배한다고 했다. 차 한 잔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핸드폰 번호까지 공유했다.



"바람이 많이 불어요. 오늘은 강가 말고 산에 갑시다." 해서 이웃과 함께 등산을 했다. 눈만 녹았지, 산은 여전히 낙엽이 쌓인 삭막한 풍경이다. 강원도라서 아직도 겨울인가 생각하고 있을 때, "우와, 생강나무 꽃이다." 소리에 일행이 우르르 달려가보니, 정말로 노랑꽃이 펴있지 않은가? 자세히 살펴보니 진달래에도 꽃봉오리가 맺혔다. 오호라, 자세히 보아야 예쁜 녀석들.....




그런데, 산등성이에 올랐을 때, 세찬 바람이 몰아닥쳤다. 바람은 모자를 벗기고, 후둑후둑 솔방울과 나뭇가지를 마구 떨어뜨렸다. 이러다가 나까지 날아갈 것 같아 한동안 나무 기둥을 붙잡고 있었다. 여기저기 나뒹구는 꺾인 나뭇가지들, 수십m 크기의 소나무 기둥이 흔들흔들~, 눈앞에 펼쳐진 광경들이 갑자기 무서워 우린 뛰다시피 하산을 했다.



일기예보에서 강풍주의보는 분명 없었는데, 산에서 만난 것은 세찬 골바람과 희뿌연 안개, 그리고 황사였다. 마스크를 했는데도 목이 컬컬하다 생각할 때, 우렁찬 개구리 소리가 들렸다. 올 들어 처음 듣는 개구리울음소리. 저들도 바람이 무서워 아우성인가 보다. 물 웅덩이에 다글다글 개구리알이 떠 있었다. 개구리들이 헤엄치다, 사람 소리에 놀라 물속으로 숨어 버렸다. 개구리가 보고 싶어 머뭇거렸지만 개구리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바람은 봄이 오는 게 저리도 시샘이 나는 걸까? 대체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들어 꺾고, 뿌리고, 날리며 이리도 신경질적인 것인지.
봄은 또 얼마나 찬란할 예정이기에 이런 시련을 견뎌 내고 있는지......
바위틈에 피어난 돌단풍은 이런 아픔을 알고나 있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