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일기(3.26)

요술공주 셀리 2025. 3. 26. 14:09

지난 3월 중순에 여러 종류의 씨앗을 파종했었다. 수레국화는 이틀 만에 싹이 나왔고, 백일홍에 이어 엊그젠 한련화가 싹을 틔웠다. 3주씩이나 잠자던 에키네시아가 오늘 싹이 올라왔는데, 오를 라야와 차이브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늦잠을 자는 건지, 아니면 계속 수면을 할 예정인지......
꽃씨의 모양도 다 각각이더니 싹을 틔우는 시기도, 좋아하는 햇볕의 양도 천양지차다.







오늘은 햇볕은 화사하고, 바람도 없으니 야외 활동에 최적의 조건이다. 어제 이식한 꽃범의 꼬리에게 물도 주고, 풀도 뽑고 하다가 내 눈을 사로잡은 노란색 물체. "아니, 이게 누구야. 개나리잖아?" 땅에 엎디어 노란색 꽃을 피운 별꽃, 개나리를 발견했다. 제대로 된 나무엔 애기 꽃봉오리만 맺혀 있는데, 땅에 붙은 가지에 만개한 개나리라니......



남쪽 화단의 20년 넘은 '주목'이 자꾸 눈에 거슬린다. 황매화와 꽃복숭아와도 어울리지 않고, 무엇보다 그늘을 만들어서 꽃이 잘 자라지 못한다. 그러나 전지엔 자신이 없는 나. 오래된 나무를 혹여 망치지 않을까 싶어 바라만 보다 오늘은 용기를 내어 가위를 들어본다. 조심조심 소심한 가위질. 결과는 균형도 맞지 않고, 모양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에이, 다시 도전. 무식을 용기 삼아 톱질을 해서 굵은 가지도 쓱쓱 잘라주고 전, 후, 좌, 우 뱅글뱅글 돌아가며 잘라 주었다. 데크에 올라가서 바라보고, 동쪽에 가서 바라보며 베어주고 잘랐더니, 거칠지만 나름 모양새가 그럴듯하다. 겹쳐졌던 황매화와 거리가 생겼고, 무엇보다 우아한 문광나무의 꽃을 제대로 감상할 공간이 생겼으니 기분이 좋다.



여기까지만 했어야 했다. 시간도 남고, 밤부터 비가 온다고 하니, 꽃범을 여기저기 옮겼다. 경사진 법면에도 옮기고 우체통 아래 화단에도 옮기고...... 그런데, "선들선들 바람이 시원타" 하나 더 한 일. 멀칭 한 밭에 경계석을 쌓았다. 그리고 막판에 눈에 뜨인 풀을 뽑다 그만. 아이고 어질어질~
오늘도 또 무리를 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