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요술공주 셀리 2025. 4. 1. 12:57

등산화를 신고 스틱까지 챙겨 산에 오르는데 숨이 헉헉. 게으르고, 운동도 부족인 티가 많이 난다. 한 번 정도 쉬던 낯익은 길을 놀멍쉬멍 천천히 오른다. 일주일 지났는데 땅에는 초록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나뭇가지에도 새순이 제법 돋았다. 앞서가던 지인이 "진달래다." 소리쳐 뛰어가보니, 분홍색 꽃봉오리가 탐스럽게 맺혀있다. 진달래는 올 들어 첫 만남이다. 통통한 아기볼처럼 탐스럽고 이쁘다.



오늘은 겨우내 끼고 살던 화목난로도 카디건도 벗어던지고, 나도 새싹도 햇빛 샤워를 했다. 새싹 꽃모종을 노지로 이식하기 위해 잠시 워밍업을 시켰다. 분홍 설구화를 심고, 수레국화와 한련화, 백일홍을 옮겨주었다.



수레국화는 반 밖에 옮기지 못했다. 키가 작은 싹인데 양이 너무 많아 허리도 꼬이고, 구부린 다리도 아프사오니 꽃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인내할 수 있는 고역이다. 그래도 반 이상이 성공이다. 한련화는 15개를 파종해서 13개를 심었고, 백일홍과 수레국화 또한 70%의 발아율이니 파종은 대성공이다. 다만 오늘 옮겨 심은 이 여린 모종이 잘 살아줘야 할 텐데, 너무 어려서 걱정이 된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는 내 집에도 다 있는 흔한 꽃인데, 살구꽃, 진달래는 꽃이 폈으나, 복숭아꽃이 감감무소식이다.



이 세 가지 꽃은 노래만큼이나 너무나 올드한 꽃이다. 그러나 난 우리나라의 이런 꽃들이 수수하고 정감이 가서 좋다. 요즘의 꽃들은 대체로 화려한 꽃들이 많다. 화단의 포인트를 주기 위해 가끔은 독특하고 값나가는 꽃을 구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근래엔 오래 피어 있는 가성비 좋은 꽃을 주로 심고 있다. 그런데도 빈 땅은 줄지 않고 해마다 꽃들은 왜 그리 부족한 지 모르겠다. '타샤의 정원'을 읽고 꽃을 심게 되었는데, 화단을 만든 지 겨우 6년. 타샤는 30년 정원쯤 되어야 볼만하다 했던가? 그러니 난 아직도 멀었다. 그래서 늘 화단 정리요, 늘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고 있는 거다. 다만 꽃의 크기와 색상, 계절을 고려해서 가꾸고 있으니 십여 년 뒤엔 내 정원도 '타샤 할머니'네처럼 풍성해질 수 있으려나? 오늘도 온종일 화단에 서성이며 꿈을 가져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