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어쩌다 석공

요술공주 셀리 2025. 4. 4. 12:57

작년 가을에 집 리모델링한 여파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공사가 완공되었을 땐, 새로 이사한 것처럼 짐 정리를 했었다. 죽이지 않으려고 나무와 꽃을 임시로 옮겼었는데, 봄이 되어 그들도 다 원위치했다. 철거했던 전구도 새로 달고, 남편은 cctv를 다시 설치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매일매일 돌과 씨름 중이다.
겨울에 무너진 경계석을 쌓았는데, 아직도 돌 쌓기를 숙제처럼 하고 있으니, 오늘은 북쪽 나물밭이다. 눈개승마와 파드득나물밭이 작업장이다. 번식력 갑인 파드득 나물이 공사 때문에 경계석을 없앤 사이에 도로를 점령했으니, 더 자라기 전에 옮겨 주고, 경계석을 쌓아주어야 한다.



주차장에서 돌을 나르는데, 아이고 무겁다. 돌 나르는데 이미 힘을 소진한 상태. 게다가 길가로 번진 '파드득'을 캐기도 만만치 않다. 캐서 옮기고 돌 심고, 나물 캐서 옮겨 심고 다시 돌을 심고......
이렇게 힘을 썼더니 꼬르르륵......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점심을 먹고 달달한 믹스커피를 타서 데크에 앉아 봄을 감상한다. 물이 오른 나무는 노란색. 산수유도 노랗고 개나리도 노란색이다. 내일 비가 오면 연둣빛 새 잎도 마구마구 달려 나오겠지? 조만간 초록이 잔치를 한다고 초대장을 보내올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시작이 반이라고, 조곤조곤 돌멩이와 데이트를 했더니, 돌멩이 경계 하나가 뚝딱 생겨났다. 이도 참 나란히 나란히 이쁘기도 하다.




이젠 동쪽 경계로 이동. 1m 길이의 계단에 돌을 쌓아야 한다. 이 정도는 뭐, 식은 죽 먹기. 그러나 크고 무거운 돌이라서 조심조심. 그럭저럭 마음에 들게 보수를 했다.




어쩌다 난 '돌 쌓는 사람'이 되었을까? 평지를 샀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경사진 임야에 집을 지었더니 단차 때문에 해마다 돌을 쌓고, 해마다 돌을 심고 있다. 힘은 들지만, 그래도 어느새 재미를 느끼고 보람도 있다. 이도 기술이라고 해마다 손도 빨라지고, 야무져가고 있으니 말이다.

호미와 엉덩이 방석을 들고 계단을 올라 오는데,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오늘은 여기까지. 적당히, 재미나게 일을 했다.
우와, 그런데 어디선가 화사한 빛이 번쩍번쩍. 어젠 못 보았던 하늘을 보고 피는 '동강 할미꽃'이 마중을 나왔다. 꽃은 늘 지친 내게 웃음을 준다. 그 미소 하나 때문에, 힘든 줄 모르고 이렇게 일을 하는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