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백화점
오죽 작으면 '땅콩 만하다'라고 표현할까? 크기가 작은 땅콩을 부피로 계산하기 힘들어서 생긴 일이다. 씨앗을 만들 땅콩을 너무 많이 만든 것이다. 세 두둑하고도 씨앗이 남아 빈 땅까지 침범해서, 무려 370여 개의 땅콩을 심었다. 너무 많아, 못생기고 싹이 덜 나온 땅콩은 버리려 했으나, 내 손으로 농사 지어 싹 틔운 땅콩을 도저히 버릴 수가 없었다. 뿌린 땅콩이 다 뿌리를 내린다면? 아이고, 그 많은 양을 어떻게 처리하지???

모종을 사 왔다. 오이 5개, 참외 2개, 고추 3개 등. 토마토와 가지, 노각, 깻잎, 파프리카 등 등. 텃밭이지만, 가능하면 다양한 채소를 심으려고 애썼다. 상추와 브로콜리, 감자는 4월 말에 심었고 대파와 양파, 겨자채 등은 5월 초. 그리고 열매채소는 오늘 심었는데, 고구마까지 합하면 그 종류가 채소 가게를 방불케 한다.


당근과 시금치, 비트, 열무는 씨를 뿌렸었다. 다행히 모두 성공.



처음엔 땅콩 심는 일을 혼자서 했다. 멀칭 한 검정비닐에 동그란 구멍을 뚫고, 그 자리에 작물(모종)을 심는 일이니, 그닥 힘들지 않게 시작했은데, 양이 많아서 결코 쉽지 않았다.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 일이 나는 왜 이리 힘든건지...... 결국, 남편에게 sos를 쳤다. 구멍을 뚫어줬는데 일이 훨씬 수월했다. 오전엔 수많은 땅콩을, 오후엔 오이와 참외, 각종 모종과 고구마를 심었다.


남편의 도움으로 진도가 빨랐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은 역시 벅차다. 쉽지 않다. 게다가 오늘은 일요일. 부모님까지 돌봐 드리려니 시간도 몸도 빠듯하다. 그러나 부모님 저녁을 차려 드리고 돌아오는데 아, 뿌듯하다. 빈 공간 없이 꽉 찬 밭에 빽빽한 초록이 앉아 있으니, 그 풍성함이 또한 여유롭다. 노동이 주는 기쁨이다. 열매를 맺고, 잘 자라준다면 산골짜기의 백화점이 될 터. 초록이 풍성한 저 백화점 주인이 누구인지, 참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