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보기 드문 일

요술공주 셀리 2025. 5. 16. 12:44

졸음이 쏟아져, tv를 켜놓은 채 잠이 들었나 보다. 한 시간쯤 잤을까? 깨어보니 12시. 소화 불량인지, 배에서 꾸르륵꾸르륵 소리가 난다. 엄마를 닮아서 툭하면 소화불량이다. 혼자 먹는 저녁이라고 감자 부침개를 해서 간단히 때웠었다. 뭔가 부족해서 두유를 먹었는데, 이게 궁합이 맞지 않았는지 배탈이 났다.

그래도 그렇지. 새벽 1시, 2시, 3시. 왜 이렇게 잠이 안 오는 걸까? tv를 켜서 튀르키예 드라마를 보고, 세계테마기행과 홈쇼핑까지 두루 섭렵했는데도 눈은 또랑또랑, 잠이 안 온다. 4시가 넘어서 겨우 잠들었는데 해가 뜨면서, 내 눈도 저절로 떠졌다. 서 너 시간의 질 나쁜 수면 때문에 기분 저조. 컨디션 저조. 의욕 꽝이다. 아침 식사로 평소 먹던 빵과 커피 대신 속 편한 누룽지를 푹 끓여서 김치를 곁들여 먹었다. 커피도 마시지 못한 아침, 보기 드문 일이다.

"아함~" 연신 하품이 나와 아침부터 소파에 누웠다. 잠이 들라고 할 때, 걸려온 남편의 전화. "양파와 여름 배추는 끝나서 없대." 텃밭에 심을 모종을 남편에게 사 오라고 했는데, 이도 오늘은 불발인가 보다. 남편의 잔화로 낮잠도 불발. 잘 잘 수 있었는데...... 잠이 부족한 나는 머리가 지끈지끈. 할 수 없다. 이럴 땐 움직이는 게 능사다.

점심 메뉴를 골똘히 고민하다가 소파에서 일어나 김밥을 만들기로 한다. 계란을 부치고, 단무지와 우엉, 햄과 치즈, 어제 만든 취나물과 상추까지 곁들인 제대로 된 김밥 한 줄을 만들었다. 김치찌개와 김밥이 오늘의 점심 메뉴. 혼자서 먹는 점심에 시간과 맛을 투자해 보기도 참 오랜만이다. 혼자서 해 먹는 한 줄의 김밥, 흔한 일이 아니다.




강변을 산책하고 헤어질 때, 이웃이 "차 한 잔 하고 가라" 한다. 이웃이 타 준 달달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이거 한 번 읽어봐요." 책 한 권을 권했다. 'AI 페르소나' 란 책이다. 가족이 쓴 귀한 책을 얻어 왔으니 열심히 읽어 내려갔다. 업무 외의 책을 읽다니, 이게 얼마만인가. 장학사 시험 때 질리도록 책을 읽은 후, 책과 담을 쌓고 있었다. 시집도 아닌 책을 읽다니, 정말로 보기 드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