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계촌클래식축제
여긴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계촌리다. 2015년, 정몽주 회장이 주최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주관, 평창군이 함께하는 축제를 시작하여 올해 11회가 되었다고 한다. 110억이란 거대한 예산을 들여 2024부터 내년까지 '산촌 클래식 예술 마을'로 조성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데, 인구 1700명의 시골 작은 마을이 클래식 음악으로 들썩이고 있다고......

"자연이 예술이 되고 마을이 무대가 된다"는 캐치플레이즈처럼 무대는 울창한 나무숲이요, 하늘과 산에 퍼지는 선율로 마을은 마치 예술이 된 듯. 참으로 진귀한 경험을 했다.
작은 마을 한쪽에선 통기타와 아코디언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고 다양한 체험부스와 퀴즈 코너도 있었다. 퀴즈는 생각보다 고난도의 클래식 문제였는데 우여곡절 끝에 상품 하나를 겨우 얻을 수 있었다.





오늘은 마지막 공연일. 달이 뜨기 시작하는 7시에 '마스터즈 온 첼로'의 공연으로 무대가 시작되었다. 사회자가 곡명을 미리 알려줬으나 모두 생소한 내용이라서 잊은 지 오래, 그러나 중저음 느린 선율일 때는 깊은 슬픔이, 현을 통통 뜯는 피치카토 기법의 빠른 음악엔 즐거움을 느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선율을 배가 시키는 신선한 바람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자연의 배경이 기가 막힌 하모니를 이루었다.



모르는 작곡가의 처음 듣는 연주곡도 있었으나 '천사의 죽음'이란 애달픈 곡과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같은 익숙한 곡도 감상했다. 어느새 달은 하늘로 솟아오르고 앙코르 연주로 계촌리의 밤이 열기로 가득 차 올랐다.


첼로에 이어, 2부 공연은 쇼팽의 녹턴, 드뷔시의 '황야', '괴짜 라빈 장군', '아마빛 머리의 소녀', 리스트의 '사랑의 꿈' 등을 김형태교수의 피아노 연주로 감상했다. 어둠이 내린 공연장. 시원한 바람과 달빛. 달빛보다 더 화려한 조명. 거대한 자연에 퍼지는 피아노 선율을 듣고 찾아온 반딧불 떼가 하늘에서 춤을 추고 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감동의 물결이 저 반딧불 같은 나방의 춤선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귀와 눈이 호사를 누린 달빛 축제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