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진설아)

AI의 지위 문제에서 중요한 두 번째 특성은 과연 AI에게 '마음(mind)'이 있는지의 문제이다.

(마인드 클럽의 회원 자격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분명한 특권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즉, 마음이 있는 존재에게는 존중, 책임, 도덕적 지위가 인정되는 반면에, 마음이 없는 존재는 무시와 파괴의 대상 혹은 사고팔 수 있는 소유물로 전락된다.<Wengner & Gray, 2016>

인간이 낯선 대상을 판단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기준은 '그에게 마음이 있는가'다. 백인이 처음 흑인이나 황인종을 마주했을 때 그들은 일방적으로 유색인종에게는 자신과 같은 마음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이 판단은 그저 판단 자체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유색인종을 노예화하고 도구화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로까지 연결되는 문제를 가져온다(물론 이 앞뒤 관계가 바뀌는 경우도 다반사다). 흑인 노예 시절 백인들의 논리를 보면 그들을 자신과 같은 인간의 마음을 가진 존재가 아닌 동물이나 기계와도 같은 인간 이하의 대상들로 보는 태도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Smith, 2012).
  마음의 존재 여부는 인간에게 대상이 행위 능력과 경험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결정하게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아기와 로봇이 절벽에 매달려 있을 때 당연히 아기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아기와 로봇이 총을 만지다가 발사해 사람이 다쳤을 경우 아기에게는 아니지만 로봇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기는 고통이나 공포를 감각할 수 있는 경험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고 책임질 수 있는 행위 능력은 없는 존재로, 로봇은 반대로 행위 능력이 있으나 경험 능력은 없는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