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을 가진 인공 존재의 발견(진설아)
"하비, 마음을 읽는 거짓말쟁이"의 하비는 인간의 감정 표현을 알고 그것을 통해 마음의 상태를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로봇이다. 그와 대화를 했던 인간들은 곧 자신들이 하비의 거짓말에 당했음을 알게 된다.
하비가 인간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 이유는 그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없는 하비는 반드시 인간이 원하는 대답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인간들은 거짓말 깨문에 더 큰 상처와 피해를 입게 된다. 결국 로봇 3원칙이란 로봇 개개인의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하기 어려운, 그저 추상적인 것일 뿐이다. 지능을 가진 로봇의 창발성은 그가 문제를 어떠한 방향으로 해결할 것인지 예측할 수 없게 한다.
연구를 위해 로봇 1원칙을 아주 살짝 변경한 군 당국은 이후 로봇 한 대가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찾기 위해 로봇 심리학자를 부른다. 보통의 사람들이 하는 실험이나 인터뷰로는 사라진 로봇 네스터를 발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발견한 네스터에게 사라진 이유를 물으니 자신에게 폭언을 한 직원에게 자존심이 상해서라고 대답한다. 네스터는 남들과는 다른 '마음'을 가진 로봇이었던 것이다("네스터 10호, 자존심 때문에 사라진 로봇").
그리하여 「아이, 로봇」에 재현된 인공지능의 원칙은 다음과 같이 다시 쓰여야 한다.
(첫째, 로봇은 개별성을 가진 대상이다.
둘째, 로봇은 오류<갈등>을 일으킨다.
셋째, 로봇의 존재 방식은 '관계' 안에서 형성된다.
마지막 작품 "바이어리, 대도시 시장이 된 로봇"과 후기에 해당하는 "피할 수 있는 갈등"에서는 더 먼 미래, 인간이 아닌 로봇의 지배가 인간 사회를 어떻게 바꿔 놓을 지에 대한 예상이 담겨 있다. 혹시 인간이 로봇으로 이미 대체된 것은 아닌지, 우리가 의지하는 로봇이 오류를 일으키지는 않을지 사람들은 걱정하기 시작한다.
로봇 심리학자 수전 캘빈 박사는 그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로봇은 훌륭한 인간과 구분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아이, 로봇」은 이 로봇 심리학자의 시선으로 전개된 이야기다. 그녀는 로봇 개개인이 가진 성격적 특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그들이 인간에게 끼칠 수 있는 해악뿐만 아니라 인간이 로봇들에게 끼칠 악영향에 대해 더 고민하는 인물이다. 우리는 캘빈 박사와 같은 마음으로, 로봇 개개인의 '마음'을 인지하고 공감하는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아이, 로봇」 은 우리가 알던 것처럼 인간을 위협하는 두려운 존재인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각각 로비, 스피디, 네스터의 '마음'과 그것을 경험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