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사랑한 괴물(진설아)
소설사에서 최초로 인공지능이라는 존재에 대한 형상화를 시도했을 메리 셸리(Mary Shelly)의 「프랑켄슈타인」(1818)에서 괴물은 끊임없이 인간을 동경한다. 그의 창조주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탄생과 동시에 그를 버렸고, 세상의 모든 인간들도 그의 친절하고 고상한 지성 따위에는 관심도 두지 않은 채 그저 그의 외모만을 이유로 공격을 해 왔는데도 말이다.
인간을 닮았으나 영원히 인간일 수 없고, 인간을 무엇보다 사랑하지만 결코 그들로부터 사랑을 되돌려 받을 수 없는 존재. 1800년대 메리 셸리가 창조한 이 괴물의 존재론적 특성은 인간의 상상적 원형에 깊이 박혀 있는 모든 인공 존재들의 특성이며 '인간을 사랑한 AI'는 AI 서사에서 꽤나 오래된 주제다. 이것은 인공지능의 발명 이전부터 인간의 신화적 원형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대체로 그 사랑은 비극적인 짝사랑의 결말을 맺는다.
인간을 짝사랑한 AI 서사의 핵심 스토리 라인은 대체로 비슷하다. 인간을 닮은 형태로 제작된 AI가 있고 그는 자신의 주인을 동경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인간이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좌절에 빠져 어떻게든 인간이 될 방법을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나게 된다.
영화 <A.I.>(2001) 등 초기의 AI 서사들이 바로 이런 모습을 보여 주는데, 이러한 재현은 아직 AI가 구체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의 상상적 원형에 가까운 형태의 AI를 보여 준다고 볼 수도 있겠다. 데이비드나 앤드루는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이나 오즈의 마법사의 양철 깡통 인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대상이다. 그들은 지능과 의식을 가졌음에도 '아직 인간이 되지 못한' 존재들이다.
또한 이것은 사랑과 같은 감정은 인간만의 것이라는 사고가 반영된 결과다. 인간은 자신을 닮은 존재를 만들고 싶은 욕구와 결코 그 무엇도 인간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욕구를 동시에 갖는다. 영혼, 의식, 사랑, 욕망. 이러한 것들을 인간은 우리의 고유한 정신적 가치로 여기고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서 그러한 가치를 찾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 역시 그러한 감정이나 욕망들이 어디에서 어떤 원리로 비롯했는지 알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우리가 타인에게서 영혼과 욕망과 감정을 읽어 낼 수 있는 것이 경험의 소산이라면 아직 경험치가 쌓이지 않은 AI에게서 그러한 인간적 감정들이 어떻게 발현될지를 알 수는 없다. 결국 인간은 아직 인간 아닌 원리로 작동되는 존재들에게서 사랑이나 감정이 어떠한 식으로 구현될지를 구체화할 수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