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사 가는 길
"언니, 우리 상원사 갈 건데 같이 가실래요?"
윗집 옥이의 러브콜이다. 계획하지 않은 일이면 어떠랴? 오늘 같은 가을 날씨엔 무조건 ok다.
11시에 만나 영월 주위를 드라이브하면서 우린, 원주 상원사로 향한다. 오대산 상원사는 가 보았으나 원주는 오늘이 처음이다.
"아름다운 둘레길이라며 지인이 강추한 사찰이에요"
지인의 권유만으로, 사전 지식도 없이 별 준비도 못한 채 우린 어느새 상원사 탐방로로 진입한다.

빽빽한 나무 숲과 시원한 계곡은 언제나 신선하다. 마음까지 설레게 한다.
우린, 앞으로 닥칠 힘든 코스도 모른 채 콧노래를 부르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을 오른다.


둘레길이라더니?
초입의 평평한 등산로를 지나니 가파른 언덕의 연속인 데다, 온통 돌길이어서 미끄럽고 험하기까지 한 악산이 아닌가!
상원사까지 편도 2,7km라지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미끄러질 수도 있는 위험한 등산길이 아니던가? 돌계단과 나무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는 동안 콧노래는 어느새 잠잠. 옥이의 가쁜 숨소리와 스틱 소리만 점점 더 커진다.
정성을 다해 준비한 옥이의 맛있는 도시락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힘없고 배가 고파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왔을 것이다.
고마운 옥이, 참 마음이 따뜻한 옥이......
점심을 든든히 먹은 김에 힘을 내어 오르니, 드디어 일주문이다.
아름드리 통나무 기둥이 유난히 튼튼한 일주문에 치악산 상원사란 목판이 무엇보다 반갑다. 12시에 출발해서 2시간여 만에 드디어 상원사에 도착한다.

우와, 여기가 천국이로다.
발아래 엎드린 첩첩산중과 구름이 반기는 이 풍경을 보러 구불구불 그 많은 계단을 올라온 거였어. 산은 바로 이 맛에 오르는 거지.


하늘 아래 펼쳐진 대웅전과 관음사, 통일신라시대에 건축한 쌍둥이 탑이 압도적이다. 1100 고지에 위치한 천년 고찰 상원사가 존재하기까지, 그 옛날 돌덩이와 건축자재들을 이 높은 꼭대기에 어떻게 운반했으며, 또 사람들은 이 높은 곳에서 어떻게 작업을 했을까?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 단청.
단청에 사용한 색상 하나하나는 매우 강렬한 원색인데도 불구하고 원색과 원색이 어우러지면서 단청이 고색창연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참 아름다운 단청이다.

미리 계획한 것도 아니고, 준비조차 허술했던 원주 상원사의 왕복 약 7.7km 힘든 일정은, 오히려 잘 몰랐기에 꿈결처럼 신비롭고, 무릉도원처럼 아름다웠다.
'까치와 구렁이'의 전설이 깃든 종을 두드리면서 '우리가 함께한 오늘의 시간'에 감사한다. 세 번 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종, 가족 같은 이웃이 이렇게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그 소원 이루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