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좁아
"언니, 저의 도착했어요."
청주에 사는 막내 시누이의 첫 방문이다.
어제가 어머님 기일이어서 서울에서 작은 아들도 내려왔다.
오랜만에 집안이 북적이니, 어머님 덕분에 잔칫날이다.
원주에 가서 식구들이 좋아하는 회도 사고, 아들을 위해 고기도 사고 이것저것 충동구매까지... 무리를 한다.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니 난로를 피우지 않아도 따습고 즐겁다.
형제들이 모두 지방에 살아 평소 부모님 제사는 남편과 둘이 지내곤 했는데 오늘은 자식과 손주까지 모였으니, 어머님께서 활짝 웃고 계시다. 손수 키우신 유난히 아끼는 손자가 따르는 술 한잔 드시고, 평소 좋아하시던 회 한 점 드시고 "오늘은 막냇딸과 사위, 손주도 만났다오" 아버님께 자랑하셨을 테지......
퇴직 후, 고향에서 전원생활이 소망인 막내 사위는 이것저것이 궁금해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돌아다닌다.
그런데, 애들 고모는 1도 관심이 없으니 이를 어쩌나?
"신선한 공기 탓인지, 참 잘 잤어요"
일찍 일어난 부부가 귀가를 서두른다. 10월, 문화의 달이어서 지방 곳곳에서 축제를 열어 차량도 많고 연휴 끝에 길이 막힌다고 아침 일찍 출발을 서두른다.
충주가 고향이라는 옆집 김 사장님도 오랜만에 내려오셨다.
나무 전지를 하는 김 사장님과 집 앞에서 마주쳤다.
"사장님, 여기 이 분도 충주분이에요." 시누이 부부를 소개하는데, 일초도 되지 않아
"너, 00 아니니?"
"나야, 김 00"
우린, 얼음이 되고 두 남자는 봄눈이 녹는다.
세상에, 시누이 남편과 김 사장님이 고교 동창이란다.
잘 지냈니, 우리 1학년 때 한 반이었지? 부모님 안녕하시며, 친구 누구누구에게 네 얘기 들었다, 기타 등 등.
후후후, 남자들의 수다도 여자들과 다를 바 없다.
이제, 시누이는 강원도에 자주 오겠지?
내년 봄, 강에서 고기를 잡으러 오겠다는 애들 고모부가 어쩌면 11월 단풍 구경도 올지 모르겠다.
"죄짓고 살면 안 돼, 열심히 살아야 해. 세상이 좁으니......" 하던 선배의 말이 생각난다.
후후후, 세상도 좁고 김 사장님 하고도 좁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