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의 식탁
"언니, 식사는 꼭 앉아서 해"
"반찬은 꼭 세 개 이상 먹고, 밥 굷지 말고"
중국에 간 동생이 당부한 말이다.
동생이 중국에 가고, 혼자서 식사하는 일이 많아졌다.
풀을 뽑거나 열심히 일하다 보면 배가 고픈데, 할 일을 두고 챙겨 먹으려니 때론 서서 먹기도, 김치 하나에 국에 말아먹기도 한다. 차려서 먹는 일이 일 스럽다. 이럴 때, 서울에선 배달음식으로 해결하면 되는데 여긴, 배달이 안된다. 짜장면이 먹고 싶을 때는 차를 타고 음식점엘 가야 먹을 수 있다.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서울 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일일까?
아침엔 추워서 전기난로를 켰는데 낮엔 입었던 조끼를 벗고 창문을 열만큼 볕이 좋다. 텃 밭에 나가 풀을 뽑다가 가을 상추와 마추쳤는데, 싱싱하고 여린 잎이 식욕을 자극한다. 상추를 뜯고 깻잎을 따고, 끝물이어서 못생긴 가지와 고추, 부추를 따서 점심을 준비한다.
오랜만의 비빔밥이다.
여린 상추와 깻잎을 깨끗이 씻어 먹기 좋게 잘라주고, 가지는 어슷 썰어 들기름에 볶아서 곁들이고, 계란부침은 필수, 무청김치는 선택.
고추장과 참기름을 살짝 얹어주니 환상의 비빔밥이다. 반찬은 한 가지로 족하다. 지난여름에 만든 '비트 피클', 한 그릇 뚝딱 해치운 점심이다.
점심을 너무 맛있게 먹은 탓으로 저녁은 간단히? 먹기로 한다.
며칠 전에 따 놓은 호박과 풋고추를 썰어 넣고 호박전을 부친다.
낮에 뜯어온 부추와 깻잎도 섞어 부추전을 만들고, 두부까지 구워주니 집안은 어느새 잔치집인양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을 한다.
지난주에 담아 적당히 익은 무청김치와 어제 담은 배추 겉절이를 곁들이니 풍성한 저녁거리가 되었다.
아삭아삭 씹히는 호박의 식감도 좋고 달콤한 맛이 일품인 '호박전'과, 깻잎의 고소함과 부추의 독특한 향이 맛있는 '부추'전을 번갈아 먹으니, 이 또한 행복이다.
붇침개는 따끈할 때 먹어야 제 맛!
따끈한 행복이 넘쳐나는 배 부른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