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첫 서리
요술공주 셀리
2022. 10. 19. 10:42
옴마나, 저 연기 좀 봐.
옆 집에 불이 났어!
이를 어쩌나 허겁지접 뛰어갔다가, 빵 터졌다.
'아지랑이'다.
어젠 어설픈 서리였다면 오늘은 제대로 서리가 내렸다.
밤새 찬공기로 덮인 지붕이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면서 공기가 위쪽으로 올라가는
아지랑이를 연기로 착각한 것.
어제 내린 서리와 차원이 다른 오늘 서리
'한풀 꺾이다', '풀이 죽었다' 란 표현이 이래서 생겼나보다. 쳐진 쑥과 들깨를 머금은 깻잎이 고갤 숙였다. 녹색이던 깻잎은 까맣게 변하고
천일 피어 있다는 천일홍과 여름 내내 풍성했던 풍선초도 서리를 맞고, 이제 잠 자러 갈 준비를 한다.
성큼 다가온 겨울을 준비해야 할까, 짙어가는 가을을 즐겨야 할까
루엘리아는 어제 집안으로 들여놓았는데, 내버려 둔 난초가 오늘 기력을 회복해야 할 텐데......
"서리 내리면 큰일 난다" 며 단도리하시던 엄마가 선견지명이 있으셨구나, 집으로 들인 엄마의 국화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