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동생의 빈 의자

요술공주 셀리 2022. 10. 25. 22:02

10월 6일,
"잘 다녀오겠다"라고 동생은 공항에서 전화를 했다.
다음날에서야 잘 도착했다고 연락을 했는데, 우리나라와 코로나의 온도가 달라도 너무 다른 중국은 1주일을 별도의 숙소에서 격리를 해야 한다고 걱정을 한다.

손잡이를 매일 소독하고 식사도 문 밖에 두고 가는 과도한 중극의 코로나 방침 때문에 1주일의 긴 고행?을 마치고 아주 오랜만에 햇빛을 보았다는 동생의 전화를 받고서야 나도 안심을 한다.
그 뒤로 우린 매일 위젯으로 전화며 문자로 소통을 하고 있다.

광저우는 아열대 기후라서 보내온 사진 속엔 가로수로 야자수가 보이고 동생은 반팔을 입었다.
"동생아, 여긴 단풍이 한창이다"라고 했더니 사진을 보내 달라고 한다.

동생네 집에서 사진을 찍는다.
동생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던 나무 의자와 탁자엔 느티나무 이파리가 떨어져 쌓이고, 잡풀을 뽑던 잔디밭에도 어느새 갈잎이 쌓여간다.
초록이 무성하던 여름 나무가 하나 둘 옷을 벗어 앙상한 속살을 내보이고, 손녀 아림이 놀던 그네도 미동도 않은 채 가을을 타고 있다.

동생이 가고 난 후에 나는 갑자기 분주해졌다.
호박을 썰어 말리고, 수세미 차를 만들고, 꽃씨도 받아 이웃에게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고 보니 1박 2일, 김치도 담갔네.
괜스레 가을 꽃밭에 가서 마른 풀도 뽑아내고......
부모님이 좋아하신다며 흰쌀을 담가 가래떡을 만들고, 떡을 했으니 떡국 해 먹는다며 사골 국물을 만들고......
틈틈이 며느리 카디건도 뜨면서.....

오늘은 윗집이 김장을 한다고 해서, 아침 일찍 윗집에 놀러 갔다.
30포기의 배추에 들어갈 소를 만들고 부부와 셋이 배추 속을 넣어 김장을 했는데, 힘은 들어도 가을의 축제를 즐긴 것 같아 뿌듯하다. 겨울 준비는 역시 김장이다. 김장으로 우린 '대동단결' 이웃이 되고 함께 식사를 하며 언니, 동생이 된다.

힘들 만도 한데 아, 흰 떡이 오늘 썰어야 그나마 힘들지 않을 것 같으니 떡국 떡을 썰기 시작한다.
'에고, 방앗간에서 썰어올 것을......'
10kg 되는 가래떡을 '숙제'처럼 해치운다.

왜 이렇게 바쁜 건지, 바쁨이 그나마 비집고 들어오는 잡념을 멈추게 할 수 있으니, 반가워해야겠지.

사진을 찍고 돌아오는데, 동생의 빈 의자가 자꾸 눈에 밟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