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은 힘들어
동생의 빈자리가 이렇게 힘든 줄 어찌 알았을까?
김장만큼은 도저히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가족 축제가 맞긴 하나 허리 때문인가, 엄마와 둘이 하기엔 벅차도 너무 벅찬 일이란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오늘은 김장을 해야 하니 새벽 미사를 다녀왔다. 90이 다 된 엄마가 벌써 절인 배추를 씻고 계신다. 쉴 틈을 주지 않는 우리 엄마. 빵 한 조각,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때우고 채비를 챙겨 엄마 집(동생 집)으로 향한다.


점심을 먹고 드디어 시작이다. 갖은 채소와 몇 가지의 젓갈, 굴과 고춧가루, 찹쌀풀을 섞는 일은 남편이 선뜻 나서서 해 주고, 엄마와 단 둘이 배추에 속을 넣어 통에 넣는다. '이 정도쯤이야" 하고 시작한 일이 3시가 넘어 가도 끝나지 않는다. 허리가 아파, 누웠다 일하다를 반복하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누워서 엄마를 바라보니, 어쩌면 저렇게 꼼꼼하실까. 내쪽은 이미 5통인데 엄마는 이제 2통째. 젊은 딸이 여러 번 휴식하는 동안 엄마는 여전히 그 자리에 꼬박 앉아계시니...... 포도를 씻어 갖다 드리니 그제야 좀 쉬신다. 저러다 몸살 나시는 건 아닌지...... 용기를 내어 마무리를 하는데 걸려온 전화, 옥이다! 마무리 중이라고 했는데도 한 달음에 달려와 팔 걷어 부치고 시원시원하게 마무리를 해 준다. 설거지 까지......
"그만두라고" 말은 하면서도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으니 그냥 소파에 누워 쉬기로 한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4시다. 아 저녁을 해 드려야 하는데......
일단, 소파에 눕는다. 온찜질을 하다가 "아프면 안 되는데", 일은 늙은 엄마가 다 하셨는데 이러면 안 되지. 다시 일어나 수육을 앉히고 남편을 졸라 굽은 허리를 하고 걷고, 또 걷는다. 허리의 통증을 참아가며 한참을 걷다 보니 어메이징, 드디어 '직립'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내일, 엄마가 몸살이라도 나시면 제가 돌봐드려야 하니 제가 아프면 안 됩니다.
이제 직립이 가능하니 약속대로 수육과 굴전을 만들어 저녁식사를 한다. 부드러운 굴전이 입맛에 맞는지 잘 드시는 부모님.
감사한 하루가 또 저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