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불타는 청춘

요술공주 셀리 2022. 11. 5. 14:37

청춘이 꼭 불타야 하는가?
불타는 청춘이 있기는 하던가?
우리가 청춘이라고 부르는 시기는 과연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청춘'은 한창 젊고 건강한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봄철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로,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를 말한다고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 시기는 한창 공부하는 학생, 남자들은 군대에 가 있을 시기이다. 공부로 불태울 청춘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정년을 한다고 인사를 하는데, 어떤 지인이 "이제부터 청춘을 즐겨라"하신다. 장수시대의 청춘은 60대라면서...... 격려의 말씀이니 그때는 그저 웃어넘겼다.

강원도에 내려와서 그동안 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행하고 산다.
요리도 배우고, 취미생활로 뜨개질과 천연 염색, 그리고 그림도 그리고, 때때로 이웃과 산도 오르고 맛있는 음식도 함께 하는, 그동안 미루었던 일을 해 보는 즐거움이 크다.
봄과 여름을 보내고 이제 가을도 만끽하는데, 단풍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본다.
단풍을 보면 '불타는 청춘'이 생각난다.
우선 시각적으로 강렬한 붉은색과 원색의 노랑 이파리에서 연상되는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 선배의 말씀이 자꾸만 떠올라 개인적으론 청춘은 봄보다는 가을이 더 가깝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은 증권거래소 직원을 하다가 40대에 화가가 되었다. 결혼 후에 돌연 타히티 섬으로 떠나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명성을 얻게 되는데 고갱이 생각하는 청춘은 과연 언제였을까?

 

70대 후반에 붓을 든 미국의 '모지스'할머니는 가난한 생활 중에 10명의 아이들 중 5명을 잃고 나서 슬픔에 빠져있을 때, 여동생의 권유로 그림을 시작했다고 한다. 101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려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긴 할머니는 92세에 'My Life's History'라는 책도 발간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생이란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라는 책으로 번역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데 '모리스'할머니의 이야기가 '쿵'하고 가슴을 때린다.

빨간 단풍이 반쯤 옷을 벗었다.

발아래 이파리를 고스란히 벗어 놓으니 하늘도 붉고 땅도 붉은 비늘로 덮혀 있다.

단풍은 이제야 청춘인 것이다. 내년 봄을 준비하는 청춘.

그래서 청춘이 희망인 것이다.

고갱이나, 모리스 할머니처럼......

무엇을 시작할까?
이왕이면 사람에게도 자연에게도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런 일이 어떤 일인지는 이제부터 찾아봐야지.

청춘일 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