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남편의 생일

요술공주 셀리 2022. 11. 13. 10:49

남편 생일이어서 서울에서 아들, 며느리가 내려왔다.
며칠 전부터 아니, 몇 달 전부터 사골을 삶고 방앗간에서 떡국떡을 빼오고, 지난주엔 아들이 좋아하는 갈비를 사다 놓았다. 아, 주문진에 갔을 때 문어도 사다 삶아놓았네.

남편을 위한 준비인지 아이들을 위해 마련하는지 몰라도, 뭔가 부족해서 자꾸 무얼 더 준비해야 할 것만 같다.

토요일, 아침부터 괜히 바쁘다.
아이들 방 이불을 털고 뽀송뽀송 햇볕에 말리고, 며느리가 좋아하니 국화를 꺾어 화병에 꽂는다.
내 며느리가 된 지 8개월이 되었지만, 아직도 며느리가 생겼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쓸데없이 보고 싶고 목소리도 듣고 싶다. "아빠, 칠순 생일엔 손주 보게 해 드릴게요" 하더니 약속을 지켜준 아들이 너무 고맙다.

"어머님 저희 출발했어요."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러 출발을 한 뒤, 기도를 한다. "무사히 도착하게 해 주시고 저희 가족 5명, 아니 태중의 손주까지 6명 모두 행복한 시간 갖게 해 주소서."

저녁 식사는 정성 가득한 만찬이다. 부드러운 가리비찜을 특히 더 맛있게 드시는 부모님과,
아들 며느리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기가 흐뭇하다.
"하느님 , 감사합니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까지 생일 축하 노래에 합세를 하고 케이크를 자르는데 윙~~~, 노린재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어디로 어떻게 들어왔는지 하루에도 수십 마리가 집안으로 들어와 고약한 냄새를 뿌리고 다닌다. 처음엔 무서워 피했지만, 이젠 정식으로 전투를 신청했다. 빗자루로 쓰레받이에 떨어뜨려 변기로 직행, 한 밤중이 되어서야 치열한 전투를 마무리한다.

그런데, 비 온 후엔 기온이 10도 이상 떨어진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난로를 땠더니 큰아들네도, 작은아들도 더워서 잠을 못 잤다고.....,
아이고 이런! 이 번에도 또 과했구나.
아빠 생일날, 아이들은 노린재와 잠못이룬 밤을 또 기억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