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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네 추어탕

요술공주 셀리 2022. 11. 13. 11:18

7시 30분 아침 미사엔 성가대 없는 미사를 드린다. 성가 없는 미사가 오히려 집중이 잘되어 신부님 강론도 더 귀에 잘 들어온다. 아들네와 함께 드리는 특별한 미사가 참으로 귀하다.

미사로 인해 평소보다 늦은 아침은, 남편이 아궁이에 때서 고은 사골국물에 막내 시누이가 보내준 수제 만두를 넣은 떡국이다. 진한 국물과 왕만두 떡국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우리 가족 모두 모여 마시는 커피는 더더욱 맛있고.....

루리네도, 동생 친구네도, 내 친구들이 왔을 때도, 점심은 특식으로 추어탕을 먹는다. 시골 구석에 위치한 추어탕집인데도 새로 지어 실내는 깨끗하고 도시적이다. 반전 매력은 식사를 하면서 보이는 풍경인데, 시골집 마당에서처럼 다정함과 정겨움을 준다. 주인이 직접 심은 제철의 갖가지 푸성귀와 사과나무, 맨드라미 꽃과 넝쿨 콩의 풍경은 덤. 감칠맛 나는 추어탕은 일품이다.
추어탕을 맛 본 사람은 누구나, "이런 시골 구석에, 이런 집이 숨어 있었네",
" 맛있다" 하며 또 오겠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은, 가는 날이 장날.
여러 번 왔어도 밖에서 기다린 적이 없었는데, 밖에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나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주말인 데다 어느새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서라고 한다.

추어탕 4인분, 추어 튀김, 추어 돈가스를 시켰는데 기본 반찬과 따끈한 돼지고기 수육까지 나오니, 상다리가 휘어진다.
루리네가 왔을 때 먹어 본 돈가스는, 오늘 같이 비 오는 날도 바삭바삭 고소하고 고구마를 넣은 속 때문에 달달해서,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는 또 다른 재미는, 물놀이와 시골 체험.
한 여름, 백숙을 주문하면 넓고 시원한 냇가에서 물놀이까지 즐길 수 있다. 물 속에 들어간 아이들은 나오려하지 않아 그네를 타자고 환기시켜야 할 정도. 먹거리와 놀거리가 함께 있으니, 부모들이 참 좋아하는 장소다.
게다가 배추, 고추, 넝쿨 콩과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수세미도 체험할 수 있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또 다른 매력은 계곡을 끼고 들어오는 입구와 식당 주위의 빼어난 풍광으로, 강원도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어 지인들에게 소개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식당이다.

 

 

 

 

 

 

 


추어탕을 썩 즐기지 않는 며느리도, 돈가스를 먹는 작은 아들도 흡족한 표정, 맛있게 잘 먹으니 뭘 또 바라겠는가? 달달한 믹스커피로 몸을 덥히고 횡성휴게소까지 아이들을 바래다준다.
안개 자욱한 길을 더 천천히 가고 있는 남편의 마음을 나는 잘 알지.

아이들은 이제, 설날에나 내려오려나?
아이들을 배웅하고 오는 길,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