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면허
장롱 면허증을 소지한 채, 20여 년이 지났다.
'90년대 말, 일산에서 살 때 3년 운전하고 서울로 이사하면서 운전을 그만두었다.
왕초보 운전 첫 번째 사고는 학교 앞. 긴 골목을 빠져나와 우회전하면서 택시와 살짝 부딪혔다. 6만 원을 달라고 해서 지불해 줬다. 동료가 말하기를 "아무래도 택시기사가 초보운전 자임을 알고 고의로 접촉사고를 낸 것 같다"라고......
두 번째 사고는 눈 길의 건널목, 급하게 달려오다 건널목에서 급정거한 오토바이가 눈길에 미끄러져 내 차와 부딪쳤는데, 그때 알았다. 자동차가 사고예방을 못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귀가하는 도로에서 추월을 했는데 무리했나 보다. 하마 터면 앞차와 부딪힐 뻔했다. 놀란 운전자가 삿대질을 하면서 마구 항의를 하는데 "죄송합니다. 놀라셨죠? 근데 저는 지금 너무 놀라 운전을 못하겠어요" 했더니, 상대방 운전자가 "조심하세요" 하면서 그냥 가 버린 일도 있었다.
주유를 하기 위해 언덕을 올라 가는데 엑셀을 많이 밟았나 보다. 주유소 정면에 설치한 표지판을 그만 부숴버리고 말았다.
모두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운전만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쌓여
"택시를 타고 말지, 운전은 싫어" 결국, 서울로 이사 오면서 차를 처분했다.
그리고 운전으로부터 자유였는데.....
시골의 발이 자동차란 걸 왜 모르나?
남편과 동생이 "운전하라"고 귀가 따갑게 말해도 모른 체하다가 지난 10월에 자동차를 턱 구매하게 되었다.
동생이 없으니 불편한 데다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가야 하는 위급한 일에 대비해야 한다는 남편의 말 때문이다. 새 차를 사다 마당에 세워놓고 시내 연수를 시도하기까지 1달이 걸렸다.
여전히 운전엔 자신이 없어서......
그런데, 오늘은 시내 연수하는 날.
약속시간은 2시 30분인데 아침부터 입맛이 없다.
이른 점심식사를 하고 2시에 이미 옷을 갈아입는데, 벌써 부담 백배!
브레이크, 엑셀, 브, 엘, 브, 엘......브레이크와 엑셀레이터의 위치를 떠오르며 어떻게든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노력을 해본다.
"오늘, 운전하시는 분이시죠?"
만나자마자 운전석을 내어주고 이것저것 설명을 해준다.
열심히 듣고 있으나, 어떤 내용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은 채, 출발!
"오른쪽, 오른쪽"
반대차선에서 자동차가 오면 자꾸 오른쪽으로 차를 붙인다고 주의를 준다. 의도적으로 오른쪽으로 붙이는 것이 아닌데, 무서워서 본능적으로 자꾸만 우측으로 가나보다.
주행속도 50~60km로 시골길을 달리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나마 마음의 안정을 찾고 차분해져서 다행이다.
2시간여 주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익숙한 길, 집으로 오는 길이라서 그나마 여유가 생긴다.
휴, 다행이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 무사히 도착했으니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