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손뜨개

카펫을 뜨다

요술공주 셀리 2022. 11. 25. 14:40

남산 연구원에서 근무할 때는 남대문시장에서 털실을 구입했다. 1호선 line으로 이사를 온 후에는 털실은 방산시장에서 구입하게 되었다.

실을 사러가는 날은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사람처럼 들뜨고 설레어서 종로 5가에서 시장으로 갈 때면 각양각색의 실을 만날 생각에 걸음이 빨라진다. 단골집은 없지만 자주 들르다 보니 어느 집에 어떤 실이 있는지 훤히 꿰뚫고 있어 장보기는 식은 죽 먹기.
그런데 이것저것 사다 보면 늘 양손 가득 실 풍년이다.
특히 새롭고 특이한 실이 눈에 띄는 날엔 과욕을 부른다.

'솔잎사'는 가격도 저렴하고 북실북실 강아지 털 같아서 목도리나 모자 등 주로 소품을 제작했는데 베이지 색이 마음에 들어 넉넉히 사온 덕에 카펫에 도전하게 되었다.

넓은 면적의 카펫은 삼등분하여 떠 붙이고 가운데 배색은 모자를 뜨고 남은 실을 이용해 무늬를 넣어 주었더니 포인트가 되었다.
size가 크고 실이 얇아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 늘이고 줄임 없이 겉뜨기로만 떠간 작품이어서, 큰 어려움 없이 완성할 수 있었다.

다만, 미끄럼 방지가 관건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잘 사용하지 않는 침대토퍼를 이용해서 어려움을 해결했다. 어려움은 역시 바느질. 뜨개와 토퍼를 잇는 바느질은 인내의 시간, 오로지 거실에 놓일 멋진 카펫을 상상하며 끝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

(187cm×122cm, 2021, 솔잎사 외 아크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