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서 가는 것이 구름만 아니더라
'오늘은 비'
그러나 햇님이 하늘을 지킨다. 일기예보가 틀릴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비'가 오려는지 구름이 몰려온다.
지난 주, 오랜만에 옆집 김사장님이 혼자 내려와 '월동준비'만 하시고 금세 올라가시더니, 여행을 떠나셨는지 옆집도 며칠째, 불 꺼진 채 조용하다.
그동안 공사를 하던 앞집도 오늘은 휴무- - - 월요일에 내려오는 옥이네도 조용하다.
비행기 지나는 소리, 시계 소리만 들린다.
후회스럽게 작게 지은 집에서 그나마 잘 한 일은, 동쪽에 넓게 만든 데크와 남쪽에 테라스를 만든 것이다.
동쪽 데크는 야외생활을 주로 하는 봄부터 가을까지 애용하고, 테라스는 난로를 들여 추운 겨울을 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햇볕이 가득한 남쪽 테라스의 풍경은 상록수 덮은 산과 새로 지은 앞집, 이파리 다 떨어진 나목과 구름으로 가득한데, 오늘처럼 사람소리 없는 적적한 날에는 '구름 소리' 를 듣는다. 아니, '구름 소리'를 바라다 본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구름은, 바닷가의 '게'처럼 늘 직진만 한다.
오늘도 구름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르고 있다.
아장아장 아기걸음으로 오는 봄보다 보폭은 작지만, 고개를 들어 구름을 쫒다보면 어느새 또 다른 풍경이 서 있고, 이도 잠시, 앞의 구름이 가기도 전에 또 다른 구름이 와 있곤 한다.
20년 넘게 사진을 찍은 동생이 "언니도 사진을 찍어 봐" 할 때도 "싫어, 정지된 장면을 찍는 건 생동감이 없어" 했는데, 티 스토리를 하면서 찍기 시작한 사진에 매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직 핸드 폰으로 찍는 수준이지만, 내게 사진은 '순간의 매력'이다.
아/름/답/다/ 라고 느끼는 그 때, 핸드 폰을 찾으러 다니며 시간을 놓치면, 구름은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
마법처럼, 사라진 과거의 풍경이 되어버리곤 한다.
그래서, '마법의 구름', '변신의 여왕'이라고 이름 붙여준 구름이 늘 발목을 붙잡는다.
'오늘의 할 일' 목록에 칸나 구근 월동 준비, 부모님 집 청소, 해바라기 그림 시작하기를 적어 놓았지만, 계획은 그저 계획일 뿐, 오늘도 구름만 바라보다 하루가 지나간다.
비 그친 하늘에 구름과 함께 사라진 시간이 묻어 있다.
흘러 가는 구름, 흘러서 가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