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흘러서 가는 것이 구름만 아니더라

요술공주 셀리 2022. 11. 28. 12:05

'오늘은 비'
그러나 햇님이 하늘을 지킨다. 일기예보가 틀릴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비'가 오려는지 구름이 몰려온다.

지난 주, 오랜만에 옆집 김사장님이 혼자 내려와 '월동준비'만 하시고 금세 올라가시더니, 여행을 떠나셨는지 옆집도 며칠째, 불 꺼진 채 조용하다.
그동안 공사를 하던 앞집도 오늘은 휴무- - - 월요일에 내려오는 옥이네도 조용하다.
비행기 지나는 소리, 시계 소리만 들린다.

후회스럽게 작게 지은 집에서 그나마 잘 한 일은, 동쪽에 넓게 만든 데크와 남쪽에 테라스를 만든 것이다.
동쪽 데크는 야외생활을 주로 하는 봄부터 가을까지 애용하고, 테라스는 난로를 들여 추운 겨울을 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햇볕이 가득한 남쪽 테라스의 풍경은 상록수 덮은 산과 새로 지은 앞집, 이파리 다 떨어진 나목과 구름으로 가득한데, 오늘처럼 사람소리 없는 적적한 날에는 '구름 소리' 를 듣는다. 아니, '구름 소리'를 바라다 본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구름은, 바닷가의 '게'처럼 늘 직진만 한다.
오늘도 구름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르고 있다.
아장아장 아기걸음으로 오는 봄보다 보폭은 작지만, 고개를 들어 구름을 쫒다보면 어느새 또 다른 풍경이 서 있고, 이도 잠시, 앞의 구름이 가기도 전에 또 다른 구름이 와 있곤 한다.

20년 넘게 사진을 찍은 동생이 "언니도 사진을 찍어 봐" 할 때도 "싫어, 정지된 장면을 찍는 건 생동감이 없어" 했는데, 티 스토리를 하면서 찍기 시작한 사진에 매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직 핸드 폰으로 찍는 수준이지만, 내게 사진은 '순간의 매력'이다.
아/름/답/다/ 라고 느끼는 그 때, 핸드 폰을 찾으러 다니며 시간을 놓치면, 구름은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
마법처럼, 사라진 과거의 풍경이 되어버리곤 한다.

그래서, '마법의 구름', '변신의 여왕'이라고 이름 붙여준 구름이 늘 발목을 붙잡는다.
'오늘의 할 일' 목록에 칸나 구근 월동 준비, 부모님 집 청소, 해바라기 그림 시작하기를 적어 놓았지만, 계획은 그저 계획일 뿐, 오늘도 구름만 바라보다 하루가 지나간다.

비 그친 하늘에 구름과 함께 사라진 시간이 묻어 있다.

흘러 가는 구름, 흘러서 가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