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비 온 다음 날에 하는 일

요술공주 셀리 2022. 11. 29. 17:28

어제는, 집 안에서 하루 종일 뒹굴뒹굴.
오후 내내 빗소리를 들으며, 책도 읽고 영화도 보았다.
우리나라와 가나의 축구시합까지, 하루를 tv앞에서 보냈다.

오늘은, 좀 특별하게 보내자.
캔버스와 물감, 팔레트를 준비해서 그림을 시작했다.
여러 화보도 뒤져보고, 인터넷에서 '해바라기 꽃말'도 찾아보고 메모도 하면서 예열을 했는데,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가 없다.
너무 오래 방치한 물감이 죄 굳어버려 쓸 수가 없으니 주문한 물감이 도착할 때 까지 개점휴업.

쉬고 있는데, 그저 보기만 해도 반가운 옥이님이 호박죽을 만들어 오셨다.
주실 때마다 최고의 맛이다. 오늘 저녁 메뉴가 저절로 해결되었으니 꿩 먹고 알 먹고.......

엄마 집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오랜만에 청소를 한다.
두 분이 사시는 집에 어지르는 사람 없어도 바닥은 늘 모래 투성이, 식탁은 설탕가루가 한 줌이다.
큰 딸이 청소 하는 것을 아시기는 하는 걸까?

옥이님 부부와 산책을 하는데, 비 온 후라서일까? 바람이 제법이다.
아직 첫걸음인데 코 끝이 시려 되돌아갈까 하다가, 마음을 고쳐 먹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왔다.
서울은 단풍이 한창이던데, 여긴 나목이 된지 오래다.
강원도는 봄은 늦게, 겨울은 빨리 찾아오는 것이 흠 이라면, 흠.

금잔디 위에 비를 머금은 잡초가 싱그러운 초록색이다.
여름엔 같은 녹색이어서 잘 보이지 않던 잡초가 '나, 여기 있소'한다. "그래? 그렇다면 기꺼이 널 한 번 잡아보마" 그렇게 시작한 잔디 밭 풀 뽑기가, 북쪽 법면까지 이어졌다.
경사가 급한 법면에서 일하다 낙상한 후에는 되도록 법면에는 잘 올라가지 않는데, 쑥쑥 뽑히는 마른풀 뽑는 게 재미있어 법면 전체를 정리했더니,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마른 가지는 꺾어서 불쏘시개로, 마른 풀도 아궁이에서 사용할 수 있어 모아 놓으니, 네 덩어리나 된다.


이제, 뒷짐을 지고 깨끗해진 법면을 바라본다. 무성해진 잡초 틈에서 숨도 못 쉬고 꽃도 피지 못했던 구절초가 이제야 얼굴을 내민다.
진작 뽑아줄 것을......


큰 따 알!
엄마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내려가니, 센터에서 부모님이 귀가하셨다. 어둑어둑한 줄도 모르고 풀을 뽑았구나. 암튼 풀 뽑을 때가 제일 열정이 넘치니 원.......
이 열정으로 그림도 keep going!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