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흙수저, 개념수저
먹고사는 문제는 동서양 모두 중요한 화두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동서양이 부의 상징으로 먹는 것을 삶의 기본인 의(衣), 식(食), 주(住) 중에 가장 으뜸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요즈음 새로 생긴 말로 자주 듣게 되는 ‘금수저 흙수저’란 말이 있다. 수저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더한 말이다. 사용한 재료에 따라 플라스틱 수저, 놋수저, 동수저, 은수저, 금수저, 다이아몬드수저, 플라티늄 수저 등 매우 다양하다. 혹자는 이렇게 나열한 순서대로 부의 등급을 매기기도 한다. 여기에 최저 수준으로 흙수저를 포함하여 ‘수저 계급론’을 언급하기도 한다.
‘수저 계급론’은 신분이 나뉜다는 자조적인 표현의 신조어다. 이 계급은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뉘는데, 금수저는 좋은 가정 환경과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뜻이다. 흙수저란 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해 경제적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상반된 개념이다(출처: 네이버지식백과, 시사상식 사전). 이는 영어의 born with a silver spoon(은수저를 물고 태어난)과 born with a plastic spoon(한 번 쓰고 버리는 수저를 물고 태어난)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
이 ‘금수저 흙수저’는 참으로 그럴듯한 비유라 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니, 마음에 들지 않아 확 바꾸고 싶다. 수저란 먹거리를 입에 옮겨 담는 수단에 지나지 않으니 사람들의 취향과 의지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에게 정해진 수저란 애초에 없었던 것이니 말이다.
수저의 재료도 무수히 많다. 흙으로 만든 수저에는 모래 수저도 있고 시멘트수저, 황토 수저도 있으며, 점토로 빚어 초벌구이 한 테라코타 수저, 여기에 유약을 입혀 뜨거운 불에 구우면 도자기 수저도 만들 수 있다. 그 뿐인가! 다른 재료로 말할 것 같으면 나뭇잎도 있고 유리도 있으며, 나무로 조각한 나무 수저, 돌로 조각한 대리석수저, 얼음으로 만든 얼음수저, 실과 바늘만 있으면 손뜨개 수저도 만들 수 있을 터이다.
그럼 한 번 생각해보자, 그동안 내가 사용한 수저는 언제나 같은 것이었나? 어떤 모양이었지? 색상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스텐을 사용했던가? 지금 사용하는 수저를 혹 바꿀 생각은 없는지, 바꿔야 되지는 않는지? 이제 우리는 금수저, 흙수저로 비유되는 자조적 신세타령을 희망고문으로 확 바꾸어 보기로 하자!
‘금수저, 흙수저’대신 ‘개념 수저’를 잡아보자! 다니엘 핑크는 정보사회 다음에‘개념 사회(Conceptual age)'가 온다고 역설한다. 언뜻 들어도 참 어렵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개념 없는 사람’과 '개념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미래사회가‘개념 있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하며, ‘개념 사회’에서는 창조적인 역할을 강조한다.
‘개념(Concept)’이란 감성과 예술까지 아우르면서 전체를 조망하는 통섭의 능력이다. 그렇다면 예술적이고 초월적이며 장기적인 안목과 심리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미래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개념수저’는 바로‘개념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수저는 먹기 위한 도구요, 우리가 먹는다는 것은 결국 행복하기 위한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아기였을 때 열심히 숟가락질을 해도 조금밖에 먹지 못한 음식을 제대로 먹기까지는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가능했던 것처럼, 행복 또한 연습과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 만들어 가는 것! 손에 잡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 개념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얻을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높은 것.
'다니엘 핑크'는 20대에게 ‘계획을 세우지 마라’고 주문한다. 왜? “세상은 복잡하고 너무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라고 한다. 그래서 “멋진 실수를 해보라. 실수는 자산이다. 대신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멋진 실수를 통해 배워라.” 이것이 그의 주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바로 내가 말하는 ‘개념 수저’다.
이것을 붙잡아 우리의 새롭고 행복한 미래를 열어보기로 하자!
(*학생들에게 보낸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