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오후의 풍경
요술공주 셀리
2022. 12. 28. 11:41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여 본다.
아직은 눈 녹는 소리 들리지 않고, 얼음이 쨍하고 귀를 때린다.
12달을 4계절로 나누면 3달 간격으로 계절이 바뀐다.
그렇다면 봄은 3월~5월.
그럼, 봄이 오려면 두 달이 남은 거다.
동생이 중국에 가면서 4월에 온다고 했다.
10월에 갔으니 어느새 두 달이 훌쩍 지나갔다. 남은 날이 더 많지만......
강원도는 서울보다 봄이 1달쯤 더 늦게 온다.
꽃도 늦게 피고 눈도 더디게 녹는다. 아마 4월이 되어서야 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다.
동생이 오는 4월, 내가 봄을 기다리는 이유다.
거실에 앉아 있으면 동생네 집이 보이는데, 동생이 지난가을에 전지 해준 주목과 조팝나무, 삐죽 튀어나온 안개나무도 보인다.
여름엔, 풀을 뽑던 동생도 어딘가에 있었는데......
데크에 나가 사진을 찍는다.
동생네 집이 다 보이는 설경을 그리고 싶은데 추운 날씨가 발목을 잡는다. 스케치만 얼른 하고 집 안에서 채색을 한다. 사진을 보고 풍경화 그리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겨울엔 어쩔 수 없다. 여러 장의 사진 중에 설경과 구도를 고려해서 원경의 산과 중경의 집, 근경의 눈 덮인 밭을 그린다. 사이사이에 나무가 있어 리듬감과 이야깃거리를 준다. 어떤 그림이 또 탄생이 될까? 설레고 기대된다.
동생이 날마다 '새로 가는 시계'를 볼터이니, 자기 집 그림을 보면 좋아하겠지?
그림을 보고 강원도에 빨리 오고 싶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