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골국
구정이 되려면 아직도 3주나 남았다.
사골은 부모님 때문에 미리 끓이는 것.
신정엔 연 초라서, 구정은 또 다른 설이어서 목 빼고 자식을 기다리시는 부모님께, 아무도 오지 않는 신정에 떡국을 끓여드리기 위해서 준비를 한다.
명절 설날에 먹는 떡국 국물을 내려면 사골이 제격이다. 정육점에 갔더니 사골과 함께 끓이면 국물이 더 고소하다며 우족까지 함께 포장해 준다.
아침부터 사락사락 보슬눈이 내린다. 백숙을 스타트로 아궁이에 불을 때서 곰국을 끓이는 것이 오늘이 두 번째, 오늘도 아궁이 담당은 남편 몫이다. 아침 일찍 부엌에서 끓인 첫 국물은 불순물이 많아 과감히 버려주고 이제, 진한 사골국을 만들기 위해 아궁이로 직행한다.
사골 한 덩이와 우족 한 덩이인데도 작은 솥에 끓이려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함박눈은 아니라도 보슬 눈도 끊이지 않고 내려서 남편이 모자를 쓰고 불을 때고 있다. 한겨울에 카우보이 모자라니......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우후후 웃음보가 터진다.
오전에 시작한 남편이 허리도 펴지 못하고 점심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어둑 어둑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두 번을 우려낸 국물이 되었다. 아쉬운 대로 저녁으로 부모님께 우족탕을 드렸더니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 잘 잡수신다. 덕분에 우리도 오랜만에 포식을 하고......
길고양이가 고기 냄새를 맡고 솥 근처를 어슬렁 거린다. 아무래도 고양이 밥이 되기 전에 운반해야겠다.
솥이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부엌으로 들고 오는데 둘이 들어도 꽤 무겁다. 다음 주에 방학을 한 조카들과 막냇동생 가족이 온다고 하니, 잘 보관했다가 떡국을 끓여주어야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두 4명인 조카와 동생 내외가 다녀가면 이 무거운 국물도 썩 가벼워질거야?
내일은 먼저 끓인 국물과 솥의 두 번째 국을 섞어 마무리를 해야겠다.
1시간이 지나면 2023년이 된다.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유별나게 하는 것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2년간 사골국을 끓이게 되었다.
2년째 만든 사골국이니, 맛은 보증수표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