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공주 셀리 2023. 1. 11. 17:08

친구 한 명이 더 생겼다. 강원도에서 만난 친구다.
살다 보면 오랜 인연도 있지만, 우린 얼굴을 안 지 2개월쯤 되었고 오늘이 두 번째 만남이다.
우리는 늘 다니는 산책 길에서 여러 번 마주쳤다. 어느 날 이들 부부를 집 근처에서 마주치자,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 집에 살아요"
"저의 집은 저기 강가 두 번 째집, 빨강지붕이랍니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아내가 대답을 한다.
"차 한잔하고 가실래요?"
어디서 나온 용기일까? 처음 만난 부부에게 차 한잔하자고 집으로 초대를 했다

"고향이 충청도신가 봐요", "예 저는 00, 남편은 00이에요", "실례지만 나이가......"
처음 만난 사이에 커피 한 잔으로 한 시간이 넘도록 수다를 떨었던 그 이유가 충분하고도 남았다.
우린 알고 보니 동갑내기이고, 어린 시절을 보낸 지역이 같고, 남편들의 고향이 같았다.
세 가지가 겹치다 보니 금방 친해졌고 통성명과 함께 첫 만남에서 핸드폰 번호까지 주고받았다.

4년 전, 강원도에서 살기 위해 땅을 알아본 적이 있다.
동생 집과 되도록 가까운 곳을 보러 다녔는데, 지금 살고 있는 집이 1순위, 이 부부가 살고 있는 땅이 2순위였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동생네와 제일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 땅이 여전히 관심이 가 근처를 지나갈 때면 들여다보곤 했다. 그런데 그 땅에 어느 날 집이 들어서고, 이 부부가 이사를 왔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는데 이들 부부를 만나게 된 것이니, 이 건 또 무슨 인연일까?

번호를 받고 1달여 만에 전화를 했다. "기0씨, 꽃씨를 나눔 할까 하는데 만날 수 있을까요?" "예, 저의 집으로 오세요." 산책 길을 따라 기0씨 집에 가려니 마음이 설렌다. 부부는 어떻게 집을 지었을까? 화단에는 어떤 꽃들이 있고 방은 몇 개나 들였을까? 내 집터일뻔한 집이어서 그럴까? 궁금한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많다.


지은 지 4년이 되었다는 집은 깨끗하고 우아하고, 아담했다.
강이 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아 시원한 풍광이 좋았고 적당한 크기의 집을 쓸모 있게 잘 꾸며 놓았다.
기0씨는 직접 만들었다는 메리골드차와, 레몬차, 아침에 만들었다는 메추리알, 그리고 역시 직접 만든 들깨 강정을 정갈하게 차려 주었다. 이 음식은 이렇게, 저 음식은 저렇게 만들었으며 어디에 좋은지 자세히 설명해 주는데, 누구랄 것 없이 우린 편하게 말을 트자고 했고, 오랜 친구처럼 수다쟁이가 되어 버렸다.


한 시간만 있다 오자하고 갔는데 이미 지난 지 오래다. 더 있다 가라는 친구에게 다음을 약속하고 돌아서려는데 쇼핑백을 손에 쥐어준다.
"뭐야, 친정언니처럼......" 집에 와서 열어보니, 메리골드차와 직접 짠 수세미, 그리고 찐빵까지 들어 있다.
오호호! 내게, 마음 넉넉한 친구 한 명이 더 생겼다. 친구야, 서로 의지하며 오래오래 잘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