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서쪽에서 해가 뜨다

요술공주 셀리 2023. 1. 16. 17:15

여전히 눈가루가 뿌려진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렇게 뿌려지는 눈이 그새 또 몇 cm 더 쌓인 것 같다.
바람도 없고, 새가 날아가지 않았어도 여기저기 눈 꽃이 지고 있다.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진 눈 때문에 어제와는 또 다른 풍경이다. 햇빛이 없어도 낮동안 올라간 기온에 눈이 녹아 여기저기 눈물바다? 그새 작은 고드름이 열렸다. 유리구슬을 매단 새집이 보석 가발을 쓴 것 같아 여전히 아름답다.


부모님이 귀가하시기 전에 얼어붙은 도로에 염화칼슘을 뿌렸다. 낭만 뒤의 현실은 늘 고되다.
그나마 오후가 되어 파란 하늘이 빼꼼 얼굴을 내민다. 파란 하늘 덕분에 눈가루도 멈추었다.
그런데, 갑자기 쨍하고 나타난 햇님, 오늘은 서쪽에서 해가 떴다. 오후 4시 30분의 일.
며칠 만의 햇님인가! 비와 안개, 눈까지 4박 5일 동안 숨어 있던 해님이다. 갑자기 나타난 해님이 구름도 물리치고, 사락 눈도 잠재우고......그동안 숨어 있던 그림자도 불러 냈다. 환해진 세상이 이렇게 또 반가울 수가 없다.


그러나 이도 잠시, 여긴 강원도 산골짜기다.
아쉽게도 해가 뜬지 30분도 안되어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버렸다. 그새 과거가 되어버린 시간, 순간의 일이다.


5시 30분, 부모님을 집에 모셔다 드리고 오는 시간이다. 오늘은 어떠셨냐 이런저런 안부를 묻고 돌아서서 오는데, 등 뒤로 보이는 엄마네 집의 불빛이 눈 온 풍경과 기막힌 앙상블을 이룬다. 하얀 눈 속에 피어난 노란 불빛이 이렇게 따뜻하게 느껴질 줄이야.
어제는 눈 꽃, 오늘은 집 꽃 - 엄마 꽃이다. 편안히 귀가하신 부모님이 밝혀주는 따뜻함이다.
아, 이웃도 있었네.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하고 귀가한 이웃집도 하나 둘 불이 켜지고, 노란 불 빛이 새어 나온다. 하얀 눈과 노란 불 빛의 하모니! 부모님도 이웃도 모두 함께다. 든든한 존재. 따뜻한 하루, 오늘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