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제발, 그만
요술공주 셀리
2023. 1. 26. 12:49
며칠 째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다.
누렁이도 검댕이도 소리가 없다. 어제 내려온 옆집에서 먹이를 챙겨줘서 그런가? 보이지 않으면 궁금하고 옆에서 울어대면 귀찮은 노랭이. 설마? 동장군이 데려간 건 아니겠지?
연휴에 생긴 음쓰(음식 쓰레기)가 한 봉투 채워졌다. 주로 채소 조각과 먹고 남은 잔반 등이어서 땅 위에 쏟아 붓고 돌아오는데 냄새를 맡고 검댕이가 나타났다. 고양이 밥으로는 적절치 않을 텐데도 고개를 파묻고 잘도 먹는다. 반갑기도 하고 하얀 눈과 대조를 이루길래 다가가 사진을 찍으니 인기척에 놀랐는지 윗집으로 올라가 버린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거드린다던데 방해를 했으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검댕이조차 반가운 오늘이다. 발자국 하나 없는 설국에 첫 손님이니......
눈발은 더 세어졌다.
빙글빙글 원을 그리면서 내리다 오늘도 소나기처럼 빗금을 그리면서 춤을 춘다. 그런데 눈송이는 무슨 한이라도 맺힌걸까? 무얼 바라길래 저리도 하얗게 펑펑 쏟아내고 있는지. 데크에 쌓인 눈을 두어 번 치우다가 에이, 그만두자 한다. 어차피 또 쌓일 눈, 오전 내내 하던 눈멍도 그만하고 싶다. 그러니 너도 이제 그만 오면 좋겠는데 눈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오랜만에 캔버스를 꺼내와 그림을 그린다.
심란한 마음과 달리 그림의 내용은 이쁜 설경이다. 마치 크리스마스 카드를 그린 것 같다. 캔버스에도 내리는 눈, 집 안에서는 눈꽃 잔치요 집 밖에선 칼 날 같은 빙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