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마실을 가기 위해 꽃단장을 한다.
요즘의 꽃단장은 머리를 빗고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는 것. 편한 털실을 신으려다 그래도 처음 방문하는 이웃집이니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그라시아' 의 집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아담한 집에 비해 큰 정자가 있고 유난히 넓은 밭이 있는 집이다. 길가에 위치해 있어 산책을 할 때면 넓은 밭에 고추며, 배추, 대파 등이 실하고 풍성해서 농사를 참 잘 지으신다고 생각하곤 했었는데 집 안으로 들어가 보기는 처음이다.
남향으로 난 창으로 보이는 탁 트인 풍경이 멋지다고 했더니, 그 풍경에 마음을 뺏겨 이 집을 구입했다고 한다. 배려심 많은 자매님이 한 명의 손님을 더 초대했는데 '수산나'라고 한다. 70대인 그라시아와 60대 초반인 수산나는 이미 오랜 사이.
셋은 오늘 첫 만남이지만, 그라시아가 구워준 '도토리 전'과 '물김치', 후식으로 내 온 '비타민 차'를 함께 했다.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관계형성에서는 가장 강력한 촉매제인데, 우린 교우라는 공통점까지 있으니 1시간여 만에 '초록은 동색'이 되었다.
'알아가는 사이'는 '아는 사이'보다 조심스럽지만, 신선함과 설렘이 있어 좋다.
수산나는 오늘 만남을 "부자가 된 것 같다"라고 표현한다.
세 사람의 나이를 합치면 190살이 넘으니, 서로의 경험과 know how를 공유만 해도 우린 이미 부자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사람에 대한 편견 대신 포용력이 깊어지고 품격이 높아지길 기대해 본다.
이왕이면 영적으로도 풍성해지면 좋겠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콧노래가 절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