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채 비빔밥
옥이가 오는 날, 월요일은 강원도에 생기도 함께 찾아온다.
부탁한 쌀국수를 챙겨 온 옥이가 감기로 골골하는 내게 초대를 했다. "언니, 내일 점심은 우리 집에 와서 비빔밥 같이 먹어요" 한다. 그러고 싶은 마음 굴뚝같으나 감기를 전염시킬 수 있으니 마음만 받겠다 했더니 오늘, 갖은 나물과 미역국을 배달해 주었다.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해서 와락 안아주었다. 아니,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입맛도 없고 먹고 싶은 게 없어 고민하던 그때, 그것도 내가 언제 점심을 먹는지까지 알고 있으니 12시에 갖고 온 것이다.
무나물, 고비나물, 시래기와 가지나물, 눈개승마까지 많이도 만들었다. 눈개승마는 반장님네에서 채취한 것이라니 강원도 산이다. '눈개승마'는 이름이 특이해서 모종 5개를 사다 뒤뜰에 심었는데,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무성하게 키우기만 했었다. 작년 봄엔 그랬지만 올 핸, 나도 시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옥이 샘이 맛있게 먹는 걸 또 가르쳐주었으니......

미역국이 식기 전에 비빔밥을 해야겠다. 5가지 나물과 고소한 참기름, 고추장과 아침에 구운 계란 위에 김까지 얹는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볼그레한 황태무침까지 추가하니 소문난 집 산채비빔밥이 되었다. 옥이 솜씨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오우 예, 이 맛이지" 박수가 절로 나는 맛. 가출한 입맛이 돌아오는 맛. 나물도 미역국도 딱 내 입맛이다. 손수 만든 김장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오늘 점심도 황제의 만찬이다.

아파도 아프지 않은 오늘이다.
며칠 만에 중국의 동생과 통화를 했는데 회사 일로 어쩌면 2월 중에 다니러 올 수 있다고 한다. 두 달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우왕, 진짜야? "야호" 까짓 감기쯤이야, 어느새 감기는 날아갔다.
여동생 한 명이 더 생겼다. 옥이가 나를 언니라 불러서가 아니다. 옥이는 내동생과 똑 같은 '마음'을 갖고 있어서다. 늘 힘을 내게 해 주고, 위안이 되어준다. 일주일에 반 만 강원도에 머무르지만, 늘 함께해 준다. 얼마나 든든하고 힘이 되는지 모른다. 중국의 동생이 내려오면 우린 세 자매가 되겠지?
4월에야 오는 강원도의 봄이 2월에 찾아온단다.
이른 봄도 봄.
오늘도 나는 봄타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