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일 낼 뻔
봄맞이 대청소하려다 초가삼간 다 태울 뻔했다.
오늘 햇볕은 유난히 따뜻하다. 집 안보다 밖이 더 따뜻하다.
따뜻한 햇볕에 이끌려 밖에 나가, 긴 겨울 방치하던 나무들을 살핀다. 살피기만 할 것을...... 전지가위를 들고 다니며 오래되어 말라버린 구 가지들을 잘라준다.
꿩의비름, 펜스테몬, 핑크뮬리, 으아리의 마른 가지와 이파리를 베어주고 넝쿨을 이루었던 나팔꽃과 여주의 줄기도 제거한다. 더러 보이는 마른 강아지풀을 뜯다 보니 억센 잡초가 벌써 파랗게 나와 있다. 본능적으로 손이 움직여 풀까지 뽑고 나니 꽃밭이 한결 깔끔해졌다.
남쪽 법면의 풀과 마른 가지까지 잘라주어 제대로 봄맞이를 한다.
집안일은 청소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지만, 구석구석 정리를 하고 나니 한결 깔끔하고 정돈되어 보인다. 어쩐지 더 빨리 봄이 올 것만 같다. 새 나무를 심고 새 모종을 심기 위한 준비, 오늘 청소는 그런 이유에서 시작을 했다. 그렇게 밖에서 보낸 시간이 1시간여, 먼지를 털어내고 현관문을 여는데 타는 냄새가 확 몰려온다.
그리고 지난번에 놀랐던 그 기계음 "화재 발생, 화재 발생"
무슨 일이지? 아이고, 이 번엔 부엌이다.
점심에 먹을 국을 인덕션 위에 올려놓고 그걸 깜빡하고 봄맞이하겠다고 밖에 나가 1시간 넘게 있었으니, 불 안 난 게 천만다행이다. 국물은 다 졸아서 바닥엔 건더기가 새까맣게 눌어붙어 있고, 연기가 자욱하니 화재경보기가 작동을 한 것이다.
큰 일이 날 뻔! 아니 큰 일을 낼 뻔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난로를 피우다가 연기가 난 일은 어쩌다 생긴 우연이었다면 오늘 일은 부주의, 실수해서 생긴 일이다. 이러면 정말 안 되는 것이다.
문이란 문은 다 열어놓고 냄새를 빼내고, 놀란 가슴도 진정시킬 겸 윗집으로 피신을 했다. 심심한 위로?를 받고 들깨 수제비까지 대접을 받고 나서야 마음을 진정하고 새댁과 함께 산책을 나섰다. 오늘은 더 멀리 강가를 산책하고 논둑을 걷는데 윗집 새댁이 냉이를 발견했다. 도구를 챙겨 오지 않아 갈팡질팡하다가 살펴보니, 친구 집이 지척에 있다. 친구에게 칼을 빌리러 갔다. 자초지종을 듣던 친구의 말,
"농작물 보호 차원에서 논 두둑에 소독약을 엄청 뿌렸으니 그곳의 냉이는 먹지 말라"라고 일러준다. 친구집에 들르지 않았다면 우린 소독약 왕창 뿌려진 냉이를 한 바구니 캐다가 맛있게 먹었을 것이다. 또 큰 일 날 뻔!
산책을 하고, 친구집에서 차까지 마시고 왔는데도 집에선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휴! 경종을 울렸다. 더 큰 일 나기 전에 크게 놀랐으니, 이제 명심을 하자.
바깥일을 하기 전엔,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시골에서 나는 것이라고 무조건 다 믿지 말자, 이왕이면 직접 재배해서 먹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