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마세요(인연 5)
띠릭~, 띠릭~,
늦잠을 잘 때엔, 카톡 오는 소리도 반갑지 않다. 매일 아침이면 카톡을 보내는 사람, 민기사님이다. 주로 살아가는 이야기와 좋은 글귀, 건강 정보, 때론 좋은 음악과 영상 등을 보내는데 대부분은 읽어 보지만, 때때로 '읽음'으로 처리하고 글 또한 건성으로 보는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소생이 불초하여 연초에 등산을 하다가 다리를 다쳤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문자가 왔다. 연하장을 보내 드리고 며칠 되지 않아서다. 연초에 해맞이라도 갔다가 변을 당했나 보다. 별 일 아니겠지....... 별 일 아니기를......
민기사님은 연세가 많다. 65세에 학교에서 만나 4년을 함께 했는데, 언제나 공손하고 책임을 다하는 분이셨다. 바지런하게 시설물을 점검하고, 학교에 들고 나는 외부 사람들을 철저히 챙기는 당직기사님이셨다. 오후에 출근해서 밤새 학교를 지키고 사람들이 출근하는 아침에 퇴근을 하셨다. 모든 교직원, 학생들 까지 민기사님을 좋아했는데 연세 많은 분이 사람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하시니, 우리가 죄송할 정도였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큰 행사가 있을 때엔 "기사님,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한 말씀드리면 그 작은 체구로 최선을 다해, 시설과 보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책임감이 강하고 부지런한 분이었는데, 집안 일로 부득이 그만두시게 되었다. 그렇게 4년을 함께 지냈다. 진심을 나누어서인지, 많이 의지한 만큼 많이 섭섭했었다. 나중에 행정실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민기사님은 스카이대학 출신에 한 때 공기업에서 잘 나가는 분이셨다고 한다. 영어도 수준급이고, 알고 보니 학생에게 진로상담까지 해서 대학도 보낸 일도 있다고 한다.
그런 민기사님을 다시 만난 건, 정년퇴임을 앞둔 작년 2월이었다. 퇴임 소식을 들었다면서 책 한 권을 들고 오셨다. 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환하라며, 교보문고 영수증까지 챙겨 오셨다. 잊지 않고 찾아주신 것과 퇴임하는지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아직도 그 감동이 진하게 남아 있는 분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아침, 카톡을 보내주고 있었다.
1월 3일. 다쳤다는 카톡 이후, 1달여 넘게 연락이 오지 않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잘 지내시냐"라고 톡을 보냈더니 "병원에 입원 중이며 당분간 연락이 힘들다"라는 톡이 왔고 다시 한 달이 지났으니, 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다치셨길래 문자도 못하시나? 혹시? 큰 일이라도 나셨나? 아니겠지...... 불길한 생각이 엄습하자 그제야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다. "제발, 살려주세요."
별일 없느냐, 문자를 하고 싶어도 답장이 오지 않을까 봐하지도 못하고 나쁜 생각만 들자, 용기를 내서 "잘 계시지요? "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답장이 없다. 읽은 표식도 없고...... 아, 큰일이 났나 보다. 좀 더 일찍 기도했어야 했는데...... 자책을 하고 있을 때, "2월 16일 퇴원합니다. 이제 조금씩 걸을 수 있어요." 답장이 왔다.
휴우,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두 달여 오지 않던 카톡이 왔다. 얼마나 반갑던지...... 동영상과 함께 노래 한 곡을 보내오셨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라는 찬송가.
귀에 익은 곡이어서 따라 부르다가 왈칵 눈물이 났다.
"참 감사합니다. 이제 더 아프지 말게 해 주세요." 민기사님도, 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