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를 캐다
새싹보고 가슴이 놀라야하는데 허리가 놀라 거동이 불편하다. 운동부족으로 근육이 뭉쳤다면 운동으로 풀어야한다. 운동화를 신고 산책을 나선다. 날씨도 좋고 햇볕도 참 좋다. 집을 나와 마을 어귀로 들어서는데 그라시아 부부를 만났다. 자연스럽게 동행을 하는데 그동안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코스다. 다리를 건너 강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강가를 걷는 코스. 강은 이제 얼음이 다 녹아 졸졸졸 흘러 가는 중. 햇볕도 싣고, 봄도 싣고 나른한 오후도 흘려보낸다. 그라시아를 만나 강가에 오기를 잘 했다. 코 앞에서 봄을 만나보니 생기가 나고 에너지도 생겨나는 것 같다.
꽃밭에서 본 새싹 이야기, 이웃 이야기, 봄에 해야 할 일거리 등을 얘기 하던 중 '냉이' 캐는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냉이를 캐보고 싶다고 했더니 '쇠뿔도 단김에 뽑자' 해서, 산책길이 냉이 캐러 가는 길로 바뀌었다. 우린, 장화를 신고 비닐봉투와 호미를 준비해서 동네의 얕으막한 산으로 올라갔다. 이파리가 붉으레한 지금의 냉이가 맛 있고 영양가도 제일 높다고 한다. 초록 냉이는 보았어도 붉은 냉이는 처음이다. 언 땅이 녹아서 질척이는 땅에서 냉이를 캐는 일은 쉽지 않았으나 재미가 있으니 힘든 줄 모른다. 더러는 긴 뿌리가 쏙 뽑히지만 더러는 언 땅이라 뿌리가 뚝 끊어지기도 한다. 두 사람 모두 욕심이 없어 한 끼 된장찌개할 만큼만 캐서 돌아왔다.
멸치육수를 내서 호박과 감자, 두부 등을 넣고 '냉이 된장 찌개 끓이는 법'을 가르쳐준 그라시아가 직접 담근 된장을 나누어 주었다. 고추씨를 넣은 된장이라 칼칼하다고 했다. 그라시아 레시피대로 오늘 저녁 반찬은 '냉이 된장찌개'. 봄을 들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