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어원
제발, 눈 오지 말고 비가 와라 했더니 눈도 오고 비도 왔다.
그런데 눈도 비도, 하늘에서 맴돌다가 정작 땅에는 기별도 못하고 흩어져 버렸다. 추운 날엔 눈이요, 그렇지 않을 땐 비라는 공식을 익히 알고 있기에 비를 간절히 바랐다. 겨울과 봄의 차이를 눈과 비에 대입하고 싶어서......
제일 먼저 꽃을 볼 수 있는 매화를 심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1년을 잘 버티었던 '붓들레아'도 작년에 모두 실패를 했다. 인터넷(농원 홈페이지)을 뒤져 월동이 가능한 '운용매화'와 오래 꽃을 피운다는 붓들레아를 살펴보았는데, 이미 '품절'이란다. 2월 중순에 나무를 사다 심는 사람도 있나? 궁금하기 전에 속이 먼저 상했다. 올핸 꼭 심어서 성공하고 싶은 나무들인데 품절이라니, 대체 언제나 심어볼 수 있으려나?
아는 동화작가가 그랬다. 봄은 '어린 아기가 아장아장 걷는 속도'로 온다고. 남쪽 어디에선가 이미 출발했다고 하니, 강원도에도 봄이 곧 도착하겠지? 수선화와 붓꽃 등 새싹이 돋았으니 어쩌면 이미 도착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사람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봄이 궁금해져서 별 걸 다 해보았다.
인터넷에서, 혹시나 하고 '봄의 어원'을 찾아보았더니 어머나, 있다. 그것도 여러 가지......
1. '모든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의미의 '보다'가 명사형 '봄'이 되었다. (보다+음 = 봄)
2. 따스함을 상징하는 '불'의 옛말 '블'에 '오다'의 명사형 '옴'이 합쳐져 '블옴'이라고 불렸다가 추후 'ㄹ'이 떨어져 나가 '봄'이 되었다.
3. 르완다어 voma(to fetch water)에서 유래한 것으로 '물을 대주는 것' 즉 '메마른 대지에 비를 적셔 초목이 자라게 하는 계절'을 의미한다.
4. 영어의 'spring'은 고어인 'springan'에서 유래했다는데, '고르게 퍼지는 것', '비가 골고루 내려서 만물에 물이 오른다'는 뜻이라고 한다.
누구의 설이 더 정확한 지에는 사실 별 관심이 없다. 다만 겨우 내 같은 풍경을 바라보다 새싹이 움트고 새순이 나서 연두연두한 '새로움을 볼 수 있고', 산천초목에 물이 올라 생기가 나는데 그의 원천이 '비'라는 것 쯤은 나도 알겠다. 웬만한 보통 사람이라면 새로운 시선으로 봄 '보기'를 반기고 즐기니 이러한 주장들이 다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오후가 되어서 눈도 비도 햇볕이 다 몰아내버렸다.
비 오던 자리에 대신 바람이 매몰차게 분다. 뭐가 저리 심통이 났는지 머리카락을 헤집고 스웨터 구멍으로 추위를 들이 꼽는다. 꽃샘바람이다. 햇볕을 시기하고 질투한다는......
그래. 너의 질투를 이해는 한다만, 바람아! 아장아장 올라오는 아기 걸음마를 제발 방해하지 말고, 그냥 지나가주면 안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