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화단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외투를 입지 않아도 될 따뜻한 날이다. 햇볕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산책 가자"고 했더니 한 방에 거절당했다. 소파에 붙박이 한 남편에게 이 번엔 화단을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마지못해 나서는 남편과 오후 내내 화단을 쌓았다.
야트막한 야산을 정리해서 집터를 구성한 터라 어쩔 수 없이 경사가 생겨 났다. 꽃을 심고 물을 주면 얕은 곳으로 물이 다 내려가버려 매화도 붓들레아도 살아남지 못했던 화단이다. 층을 만들어 쌓아야만 평평해지니 2층으로 화단을 쌓기로 했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돌의 모양에 따라 바닥에 홈을 파주고 '돌을 심어야' 하는 섬세한 작업이다.

잔디와 경계를 이루는 쪽은 더 힘이 든다. 돌 틈이 생기면 틈 사이로 잔디 뿌리가 넘어오니, 돌과 돌 사이의 아귀도 맞춰줘야 하기 때문이다. 돌의 모양을 요리조리 살피고 맞춰보고 한 개씩 쌓아가는 일이 쉽지 않아도, 재미가 있다. 내가 호미로 땅을 파면, 돌 모양대로 땅을 고르고 심는 작업은 남편이 진행을 한다. 다행히 면적이 넓지 않아 계단 하나가 금세 만들어졌다. 처음엔 두 사람이 돌 아귀가 안 맞는다고, 돌 틈이 벌어졌다고 티격태격하다가, 계단 하나를 만들고는 죽이 척척 맞는다.


"재미있다." 고 더 신이 난 남편은, 두 번째 화단은 '식은 죽 먹기'라면서 뚝딱! 해치운다. 굼뜨던 손이 빨라지고, 잔소리하지 않아도 척척해내던 남편이 '포도나무아치'도 손을 봐준다. 삐딱하게 서 있던 아치가 반듯한 모범생으로 변하고, 내친김에 삐죽빼죽 튀어나온 섬색시 넝쿨도, 가시에 찔려가며 예쁘게 묶어준다.
ㅎㅎㅎ, 부탁하지 않았다면 어쩔 뻔.....

2월의 마지막 토요일이, 봄맞이로 훌쩍 지나가 버렸다.
전원생활의 묘미는 움직인만큼 깨끗해지고, 손을 쓴 만큼 정리가 되고 아름다워진다는 것.
우린, 오늘도 열일했다.
허리가 뻐근한 만큼 재미도 있고 보람도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