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만나다
손자가 생긴 기쁨이 하루를 꽉 채웠다.
오전 내내 가족과 지인들에게 축하 소식을 전하고, 축하 메시지를 받느라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점심은 코로 먹었는지 입으로 먹었는지 기억에 없고, 밥을 먹지 않아도 배 고프지 않다.
오늘, 유난히 따뜻한 날씨를 맞이하러 산책을 나가는데 범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따뜻해진 날씨에 며칠 전부터 날파리 같은 작은 곤충들이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데, 이건 크다.
황톳빛 나비가 어디선가 날아왔다. 분명 나비다. 2월에 나비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해마다 처음 만났던 나비는 흰나비와 노랑나비였는데, 올해 만난 첫 나비는 호랑나비.
우연의 일치일까? 손주와 나비와의 상관관계. 나비를 보면 상서로운 일이 있다던데......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데 쉽지 않다. 눈에 보인 시간이 1분이나 되었을까? 금세 날아간 나비. 급하게 찍다 보니 또 흔들렸다. 그나마 간신히 건진 한 장의 사진이다.
평소대로 모자와 목도리, 마스크와 장갑까지 장착하고 걸었는데, 오늘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며칠 전과 또 다른 볕이다. 2월 초의 햇빛이 아버지의 품 같다면 오늘은 엄마 품이다. 겨울 볕이 흰색이었다면 오늘은 노란색에 가깝다. 걷는 사람도 더러 보이고 특히, 밭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보리도 한 뼘 더 자랐고, 노랑 왕겨 사이로 마늘도 삐죽 고개를 내밀었다.
밭에 뿌린 퇴비와 거름 냄새가 진동을 한다. 처음엔 역겨워 코를 막았지만, 어느새 구수한? 자연의 냄새라며 적응을 하고 있다.
인터넷을 뒤져 오늘 만난 나비가 '네발나비'란 걸 알았다.
우리나라에서 흔한 나비이고 여름형(6월~8월)과 가을형(8월~다음 해 5월)이 있다는데 이름처럼 다리가 네 개처럼(당연히 이 나비도 다리가 6개)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종종 12월에도 볼 수 있다고 하니, 2월에 만난 것이 예외는 아닌 듯.
그런데 네발나비는 나비 모습대로 겨울을 나기 때문에, 날개에 영광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춥고 거친 겨울을 이겨낸 상처라고 하니, 자연의 위대함에 또 놀란다. 기특하고 짠한 나비, 네발나비가 이 봄에 무사히 출산을 하고, 그 자손들이 올 겨울을 또 잘 이겨내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