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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강아지

요술공주 셀리 2023. 2. 28. 18:25

오늘 산책은 그동안 가지 않은 곳, 좀 더 먼 곳으로 가 본다.
오늘은 혼자가 아니다. 이웃집 부부가 함께다. 말동무가 있으니, 심심하지 않고 든든하다. 경사진 산을 오르니 숨이 차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도깨비 도로'라는 곳까지 직진이다. 꿀벌을 키우는 집이 유난히 눈에 띄는데, 벌통이 제법 많다. 나무 높이 네모난 덩어리가 매달려 있는데 여왕벌이 분가할 집이라고 한다. 여왕벌이 그곳에 분가를 하면 그대로 옮겨와 키워서 꿀을 딴다고 한다. 이 또한 처음 보는 모습인데 '나는 자연인이다' 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인 것 같아 깊은 산 속에 온 듯하다.

길가에 나 있는 좁은 길을 따라가보니 등산로 입구다. 제대로 된 등산로는 오늘의 큰 수확이다. 90여분 걸리는 등산로를 발견했으나, 오늘은 무리. 급한 경사로라는 안내 문구가 있다. "제대로 장비를 갖추고 다음에 오자" 하고 돌아오는데, '버들강아지'다! 그동안 열심히 찾았건만 눈에 띄지 않았는데 드디어 발견한 것. "아이고 반가워라." 100여 m가 넘는 길이의 버드나무 밭을 오늘에야 발견하다니...... 보들보들한 강아지의 촉감을 즐기며 나뭇가지를 꺾어 한아름 안고 돌아온다. 시골 강아지의 작달막한 꼬리를 닮아서 '버들개지'라고도 한다더니, 보송보송한 털이 얼굴을 간질이니 우후후 기분이 좋다.

"그래, 봄엔 이거지" 양동이 가득 버들강아지를 방 안에 들여놓으니 거실 가득, 봄이 피어난다. 무늬접란과 루엘리아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버들강아지, 네가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