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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전통시장

요술공주 셀리 2023. 3. 2. 08:56

횡성 시장은 5일장, 1일과 6일에 선다.
"횡성 시장에 갑니다", "같이 가요."
두 사람 모두 씨앗이 필요해서 우린 오늘도 함께 했다.

횡성 시장엔 페인트를 사러, 팥죽과 김장할 때 필요한 굴을 사러 간 적이 있다. 트럭에서 파는 장작불 통닭도 사 본 적이 있고......

평창 보다 사람과 물건이 많고, 정선 시장보다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다. 어른, 아이, 아저씨, 할머니...오늘도 사람이 많으니 우선, 사람구경부터. 좁은 골목을 지나가려면 사람들 어깨와 부딪히고, 때때로 동행한 사람을 놓칠까 봐 팔짱을 껴야 하는데, 장 풍경 중 하나인 이런 것들이 나는 너무 좋다.
 



"생강이요, 생강! 몸에 좋은 생강 젤리가 있어요~ ♪ ♬" 경쾌한 리듬으로 호객하는 아저씨의 생강젤리도 시식해보고, 진짜 국산 땅콩도 시식해 보다가 나는 땅콩을, 이웃은 말린 밤을, '밥에 넣어 먹겠다'며 구매를 했다.
먹거리와 입거리, 잡화와 농기구, 봄을 실감케 하는 꽃과 묘목까지, 없는 거 빼고는 다 있는 시장엔 골동품 좌판도 있었다. 아주 옛날 친할머니댁에서 보았던 나무로 깎은 함지박을 본 순간, 돌아가신 친할머니가 생각났다. 그때도 할머니랑 이런 시장엘 가 본 적이 있었다. 할머니가 왕사탕을 사 주시면, 한껏 부푼 볼따구니를 하고 할머니 치맛자락을 꼭 잡고 다녔었는데......
 

 

 

 

호떡집과 순대집, 번데기 파는 집을 지나 족발집까지 군침 도는 먹거리 거리를 지나 드디어 발견한 집. 씨앗 파는 집이다. 꽃씨와 채소 씨앗이 가득하니 이것저것 마구 고르다가 단호박과 안개초, 한련화만 사기로 했다. 이미 구매한 씨앗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시장바구니엔 '국산 땅콩과 씨앗 세봉지', 오늘 시장은 베리 나이스! 아이쇼핑으로 배를 채운 날, 충동구매를 억제한 기특한 날이다. 이웃이 말리지 않았다면 종묘상에도 들러 꽃모종을 샀을 것이다. 4월에 심은 아프리카 봉선화가 동사를 했던 기억을 떠올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있었다.
충동구매를 하지 않은 이유는, '기후는 변하는데 우리는 안 변하나요?'라는 책을 읽은 덕분이다. 그걸 기억했다. 오늘은, 그 책을 읽은 학습 효과가 열 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