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 풍천 민물장어
아들이 우릴 보러 내려왔다.
집 안이 환해졌다. 행복이 한가득! 맛있는 냄새도 풍년, 집 안 가득이다.
점심은 밖에서 먹기로 하고 아들에게 메뉴를 선택하라 했더니 장어가 먹고 싶단다. 그런데 잘 아는 집이 없다. 강원도에서 장어집을 찾아야 하는데......, 얼마 전 안흥 찐빵을 사러 갈 때 본 현수막이 생각이 나, 인터넷에서 장어집을 찾아냈다. 전화로 확인하고 찾아간 식당은 시내(면내)에서 좀 벗어난 곳으로 산 중턱에 있었다. 주문을 해야만 먹을 수 있단다. 그런데, 토요일 점심이라서인가? 식당은 한적하다.

미리 주문한 터라 음식은 금방 나왔다. 초벌구이 한 장어를 사장님이 직접 구워 준다. 허름한 집과 썰렁한 분위기여서 별 기대를 안했는데, 예상을 빗나갔다.

대~박! 끝내주는 맛이다!
노릇노릇, 바식바삭, 쫄깃쫄깃, 고소하고 기름진 장어 한 점을 깻잎 장아찌에 채 썬 생강 한 젓가락 얹어 먹으니, 와우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오겠다. 오랜만의 찐 입맛이다. 아들과 남편도 '맛있다'를 연발한다. "엄마, 형도 여기는 좋아하겠다"며 형네랑 다시 오자고 한다. 밑반찬도 끝내준다. 깻잎 장아찌 외에도 쌈 무와, 묵은지, 무말랭이 무침을 번갈아 장어에 싸서 먹는데 그 맛의 순위를 매길 수가 없다. 각각의 매력이 다 달라서 번갈아 가며 쌈을 싸서 먹다 보니 'I am full.' 아이고 배 부르다. 그런데 덤으로 나온 '장어탕'은 어찌할꼬? 이건 또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한 입 먹어 본 남편은 밥 한 공기를 퍽 쏟아서 벅벅 말아먹는다. 장어탕 비주얼은 꼭 추어탕 같다. 썩썩 잘라 넣은 시래기와 되직한 국물은 추어탕인데, 맛은 훨씬 고급지고 구수하다. 탕도 베스트! 탁월한 메뉴 선택으로, 오랜만에 맛집을 발견했다.



"사장님, 무말랭이 무침을 사고 싶은데요" 했더니, 한 통을 그냥 담아주신다.
오, 예! 상큼한 무말랭이 무침까지 덤으로 얻었다.

아들 덕분에 행복한데, 맛 있는 걸 먹으니 또 흐뭇하다.
넉넉하다. 기대하지 않은 집이 맛집이어서, 매우 기분이 좋다.